"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

이렇게 멋진 슬로건을 내걸고 열리는 마라톤대회가 있다. 올해 20회를 맞이한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대회.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우에게 기증하는 대회. 연령별 우수선수 상금도 기부 영수증으로 준다.

요즘도 매일 달리기를 하고 있는 이동윤 위원장이 최근 집 근처 한강변에서 퇴근달리기를 하고 있다.
요즘도 매일 달리기를 하고 있는 이동윤 위원장이 최근 집 근처 한강변에서 퇴근달리기를 하고 있다.

달리는 의사들이라는 모임에서 2002년 국내 첫 순수 기부성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이후 2019년부터는 좀더 전문적인 대회를 만들기 위해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으로 기부 마라톤을 운영하고 있다. 1회 대회부터 관계를 맺은 신촌세브란스 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사회사업팀을 통해 추천받은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우들에게 누적 7억6000만원 넘는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같은 뜻깊은 행사가 20회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이동윤 조직위원장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이동윤외과 원장으로 달리는 의사들을 이끌면서 이웃을 돕는 마라톤 대회를 창설했고, 수많은 러너들을 건강달리기로 이끌었으며, 스스로도 끊임없는 생활 속 달리기를 실천해 온 그가, 이제 대회조직위 위원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5월 14일 일요일 오전 8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작되는 제20회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 21년전 어린이날을 맞아 처음 열린 이 뜻깊은 대회를 1주일여 앞두고 준비에 한창인 이 위원장에게 서면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응해주었다.

Q. 먼저 20회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을 개최하신 것을 축하드리며, 뜻깊은 대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설명해달라.

A. 1998년 이른바 ‘IMF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고, 특히 어린이 암환자가 있는 가정은 극단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었다. 그런데 동네의사로서 크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여력은 안 되니,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통해 사회적인 소액 기부운동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았다. 그래서 200255일 어린이날 우리 동네인 잠원동 한강둔치 공원에서 참가인원 100명에 참가비 1만원으로 10명의 어린이 10명에게 100만원씩 지원하는 의사들과 함께 달리는 건강 달리기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 운영 경비는 제약회사 협찬으로 충당하기로 했지만, 운영비 협찬이 부족해 고생이 많았다. 힘겹게 매년 대회를 개최하여 수억원의 빚을 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일반 시민들의 소액기부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자발적 참여를 확산시키는 사회적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두고 있다고 본다. 우리 대회의 슬로건이 '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이며, 지향점은 '함께 울고 웃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다.

Q. 20년 넘게 뜻깊은 행사를 유지해 왔고, 최근엔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도 구성됐는데....

A. 처음에는 내가 회장으로 있던 달리는 의사들을 사단법인화해 대회를 운영해 왔으나, 내가 달리는 의사들회장을 그만두면서 대회에만 충실하기 위해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로 법인을 바꾸어 이제는 달리는 의사들과는 사실상 무관하게 운영하고 있다이렇게 바꾼 이유는 내가 회장으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괜히 잘못하면 다른 회원들께 누를 끼치게 될까 걱정이 돼 상황을 바로 잡은 것이다

Q. 소아암환우돕기, 기부는 어떻게 진행되나.

A. 우리는 대회 수익금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허투루 쓰지도 않는다. 모두 환우들의 지원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년 대회 준비가 항상 처음처럼 힘들고 어렵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조직위원회를 매월 열면서 그 식사비용 등등을 개인적으로 내가 다 책임지고 부담하면서, 조직위원들은 오로지 대회에만 봉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제는 부담이 너무 되어 운영 실비만은 재단경비에서 지원하고 있다

Q. 지원해준 환우들의 특별한 사연이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A. 우리 대회는 말 그대로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우들 그 상황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에 환자를 공식 기구를 통해 추천을 받고, 그 환자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환자의 질병 과정과 투병 환경에는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즉 환자의 질병이나 예후 등은 전혀 알지 못하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대회 취지에만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다.

2016년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한 이동윤 위원장이 달리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16년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 출연한 이동윤 위원장이 달리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Q. 위원장님의 달리기 생활화와 달리기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달라.

A. 말 그대로 건강을 위해 달리고 있으며, 건강은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또 영적 건강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며(세계보건기구의 정의이기도 하다),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동기를 자극을 받는데 달리기가 최고다.

Q. '서울시민 마라톤대회'인데 서울시민들에게 달리기란?

A. 요즘은 젊은이들이 많이 주로로 나와서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달리는 서울시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서울처럼 자연과 도시가 가까이, 그것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그런 환경적 이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행복해서 건강하고, 건강해서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해서 건강해지고, 건강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가 중요하다. 나이나 건강에 관계없이 누구나 걸을 수만 있다면 가능한 운동이 달리기이다. 좋은 뜻이 있는 달리기대회에 참가하면서 더많은 사람들이 달릴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젊은층에서 러닝크루를 조직해 달리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성북천변에서 제20회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한 러닝크루 참가자들이 훈련 뒤 포즈를 잡았다. / 캔서앤서DB
젊은층에서 러닝크루를 조직해 달리는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성북천변에서 제20회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한 러닝크루 참가자들이 훈련 뒤 포즈를 잡았다. / 캔서앤서DB

Q. 소아암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달라.

A. 소아암은 거의 90%가 치유되는 질환이다. 지금 치료가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여러분의 힘든 투병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이웃들이 많으니까 힘을 내 어려움을 이겨나가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함께하자.

Q. 소아암환우들의 가족, 달리기에 참가한 사람들, 한국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가 일제시절과 김일성의 기습남침 전쟁을 겪으면서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밖에 없던 밑바닥 상황에서도 미래를 생각하면서 참고 노력해 최단시간에 세계적 선진국 지위로 우뚝선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우리는 한번 한다면 하는 민족이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힘든 사람은 더 힘든 것이 세상살이 이치인데, 우리 조상들이 두레 활동을 통해 어려움을 함께 이겨냈듯이 우리도 달리기를 통해 다함께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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