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추억의 화석.

서울도심에 철길이 있습니다. 

전철이 다니는 전기선 투성이의 첨단 철로가 아니라,

그냥, 우리 마음 속, 오래된 기억의 바로 그 철길.

 

서울에서 북쪽으로 동쪽으로 가는 철길입니다.

그끝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왠지,

추억 속으로 달려갈 것만 같습니다. 

부처님오신날부터 시작된 징검다리 연휴,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고 동해안으로 남해안으로 떠났죠.

그보다는 왠지 이 철로를 타고 기차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열차가 지나갑니다. 

내 마음만이라도 함께 떠나가고 싶습니다. 

격리된 사람들, 잠긴 도시를 떠나 

푸근한 쉼이 있는 곳으로 한번쯤, 하루쯤 훌쩍 

칙칙폭폭 떠나보고 싶습니다. 

철길 옆 이름 모를 풀들이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그 위에 쏟아지는 봄볕이 나를 위로하는 듯합니다. 

 

그래, 

머무는 곳이 어디든, 지금 몸 상태가 어떠하든,

우리는 마음으로 떠날 수 있다. 

자유로운 영혼만 있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 문득, 떠오릅니다. 

저작권자 © 캔서앤서(cancer answ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