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투여로 대량의 암세포를 사멸시켜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킴리아'를 처방할 수 있는 국내 병원이 6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인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지난해 4월 건강보험 급여화로 환자 부담금이 크게 줄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5개 병원에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킴리아는 재발성·불응성인 25세 이하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 치료에 쓰인다.
8일 병원계에 따르면 고대안암병원은 빠르면 이달 중 CAR-T세포 치료센터를 새로 열고 본격적으로 킴리아 처방을 시작할 계획이다.
킴리아를 포함한 세포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해선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보관 및 처리할 수 있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을 갖춰야 한다. 또 첨단재생바이오의약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대안암병원은 허가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모두 채우고 최근 식약처에 승인을 요청했다.
박용 고대안암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CAR-T 치료 전략은 표준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다양한 혈액암 완치를 유도하는 최종 치료법이지만 현재 국내에서 일부 기관에서만 처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도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CAR-T 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에 암세포만을 겨냥하는 수용체를 발현시키도록 유전정보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제작된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해 정상적인 T세포가 암세포를 능동적으로 찾아내 파괴할 수 있도록 한다. 외부 물질이 아닌 환자 자신이 보유한 T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특히 치료가 어려운 재발성‧불응성 암에 대해 30~40%의 높은 완치율을 보인다.
킴리아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CAR-T 치료제다. 한국에서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지만 5억원에 달하는 약제비로 처방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4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금은 최대 598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킴리아 처방이 가능한 국내 병원은 2023년 2월 기준 ‘빅5’ 병원 5곳에 불과하다. 2021년 4월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병원 중 가장 먼저 관련된 허가 절차를 마치고 처방을 시작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서울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12월에는 서울대병원이 각각 필요한 허가를 받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4월부터 처방에 나섰다. 이번에 킴리아 처방을 시작하는 고대안암병원 외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10여개 병원이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국내 의료기관의 킴리아 도입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치료제에 사용되는 CAR-T 세포를 외산에 의존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킴리아를 제조하기 위해선 개별 환자에게서 채취한 T세포를 미국 노바티스 본사에 보내 치료에 사용될 CAR-T 세포를 만들어야 한다.
제작된 CAR-T 세포가 다시 한국으로 보내지기까지는 4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지난해 4월 서울대병원이 임상시험을 통해 국내 병원 중 최초로 자체 제작한 CAR-T세포를 사용해 18세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하고 치료에 성공했지만 아직 상용화를 위한 허가를 받진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