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막고 장수하는 방법으로 꼽히는 조금 먹기(소식).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식이 제한에 따른 노화 조절 원리를 발견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은 "권은수 노화융합연구단 박사팀이 예쁜꼬마선충에서 글루코스(포도당) 섭취를 제한하면 수명이 연장되는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바이오 분야의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단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사업, 생명연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노화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생명체의 기능이 떨어져 죽음에 이르는 일련의 생물학적 현상을 말한다. 그간 수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되면서 노화가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의 하나라는 인식에서 치료나 예방이 가능한 질병의 하나로 여겨지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연구팀은 노화 연구에 널리 활용되는 모델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글루코스 섭취를 제한하면 에너지 조절에 관여하는 'AMPK 단백질(AMP-activated protein kinase, AMP 활성화 단백질 인산화효소)'이 활성화되며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글루코스 합성능력을 낮춘 대장균을 만들고, 이를 예쁜꼬마선충이 섭취하자 AMPK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에 수명연장 신호를 보내게 했다. 신호를 받은 조직에서는 지질대사의 변화를 통해 지방으로 이뤄진 세포막의 유동성을 증가시켜 노화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한 글루코스 제한 식이를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예쁜꼬마선충 모델에도 적용했다. 그 결과,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확인하며 다른 노화 관련 질병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은수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최초로 식이와 노화 간의 관계를 유전학적 방법으로 접근해 글루코스 식이 제한을 통해 조절되는 새로운 노화 경로를 발견한 것"이라며, "수명연장 효과를 일으키는 인자들을 추가로 발굴해 부작용 없이 노화를 조절할 수 있는 식이 제한 기술 개발에 이바지하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