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시간이 고작 10분이라면? 누군가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하루 10분만 햇빛을 쬐어주면, 우리 몸 속 자연치유력이 높아지고,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햇빛 속 청색광선, 면역세포 활성화 시켜
최근 햇빛 자체가 면역력을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조지타운대 부속병원 제라드 아헌 교수팀은 햇빛과 면역력 간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햇빛 속 청색광선이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 시켰다.
연구팀에 따르면, 햇빛 속 청색광선이 피부의 가장 깊숙한 진피까지 도달해서 진피 속 T세포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진피 속 T세포는 몸 전체를 돌아다니며 면역 기능을 관여한다. 또한 피부 속 T세포는 혈액 속 T세포보다 약 2배나 양이 많아서 면역 기능 강화에 더 크게 작용한다. 연구팀은 "햇빛이 비타민D 생성과는 전혀 다른 경로로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세로토닌 분비되고 T 세포도 증가
또한 햇빛을 쬐면 뇌 신경세포에서 세로토닌이 만들어진다. 세로토닌은 광합성, 즉 일조량에 비례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세로토닌이 분비되면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인 T세포,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만드는 호르몬인 엔돌핀이 활성화된다. 이밖에도 햇빛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살균 작용과 혈류·혈관 확장,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햇빛에 피부를 충분히 노출하면 일부 암의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호주 퀸즐랜드 의학연구소의 레이철 닐 교수팀은 자외선이 강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외선이 낮은 지역의 주민들보다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30-40% 낮았으며 난소암과 식도암의 발병 위험은 각각 30%와 40%가 낮았다고 밝혔다.
◇"한낮에 팔·다리 내놓고 햇빛샤워 하세요"
그럼 햇빛은 어떻게 쬐야할까. 위도가 35~38도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햇빛을 쬐기 좋은 시기는 4월부터 11월까지이다. 이 시기에 햇빛이 풍부한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다. 그중에서도 낮 12시가 햇빛이 가장 쨍하다.
햇빛은 일주일에 2~3회, 10~20분씩 팔·다리를 내놓고 쬐면 된다. 매일 10분씩 피부가 햇빛을 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매일 햇빛 보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때는 햇빛 샤워(일광욕)를 하면 된다. 일본 우쓰노미야 미쓰아키 박사가 제안하는 일광욕은 일주일에 한번,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30분 이상 실외에서 피부를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단, 햇빛 쬐기를 할 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건 금물이다. 자외선 차단제가 햇빛 속 청색광선과 비타민D 생성을 막기 때문이다.
'햇빛의 과학' 저자 린다 게디스는 "우리는 태양의 아이들이며, 그만큼 햇빛을 필요로 한다"며 햇빛 쬐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