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저항성 전분은 현미, 귀리, 완두콩, 바나나 등에 풍부하다./게티이미지뱅크
유전성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저항성 전분은 현미, 귀리, 완두콩, 바나나 등에 풍부하다./게티이미지뱅크

식이섬유에 포함된 저항성 전분이 유전성 암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저항성 전분은 소화되지 않은 채로 소장을 통과해 대장까지 내려간 후 대장 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탄수화물이다. 현미, 완두콩, 귀리, 식힌 뒤 다시 데운 밥, 덜 익은 바나나, 조리 후 식힌 감자 등에 많이 들어있다.

저항성 전분 꾸준히 섭취한 그룹, 암 발생률 60% 이상 감소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팀은 린치증후군(50대 이전에 대장암 또는 다른 특정 유형의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큰 유전질환)이 있는 918명을 대상으로 암 발병률을 10년간 추적 조사했다. 연구팀은 린치증후군이 있는 918명을 ‘저항성 전분’ 그룹(463명)과 ‘아스피린 또는 위약’ 그룹(455명)으로 나눠 2년 동안 각각 30g씩 섭취하게 했다. 저항성 전분 30g은 덜 익은 바나나 1개 수준의 양이다.

조사 결과 섭취 단계인 2년 동안은 두 그룹 사이에 별다른 차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추적 기간에 저항성 전분을 꾸준히 섭취한 그룹에서 암 발생률이 60% 이상 감소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분말 형태의 저항성 전분을 매일 섭취한 이들 중 5명에게서 암이 발견된 반면, 위약 등을 섭취한 그룹은 21명에게서 암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대장암에는 저항성 전분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캐슬대학 존 매더스 영양학 교수는 저항성 전분과 관련해 “식도암・위암・담도암・췌장암 등 상부 소화관과 관련된 암에서 가장 뚜렷한 효과를 나타냈다”라면서 “이 암들은 진단하기 어렵고 종종 조기에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저항성 전분이 세균의 담즙산 대사기전을 변화시키고, DNA 손상과 발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형의 담즙산을 감소시켜 암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연구팀은 보충제보다 식단을 통한 영양분의 섭취가 암 예방과 건강 유지에 더욱 이로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암 예방 저널(Cancer Prevention Research)’에 실렸다.

저항성 전분, 혈당 상승 억제 등 당뇨병에도 이로워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저항성 전분은 암 외에 당뇨병의 위험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포즈난 의과대학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46g의 같은 양의 쌀밥을 지어 먹도록 했다. 이때 A그룹은 갓 지은 밥을 먹고, B그룹은 24시간 동안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을 먹었다. 그 결과,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을 먹은 B그룹은 A그룹보다 혈당이 전반적으로 덜 상승했고 혈당도 더 안정적이었다. 연구팀은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에 저항성 전분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강조했다.

국내 연구에서는 농촌진흥청이 당뇨병을 유발한 실험용 쥐에게 저항성 전분 함량을 일반 쌀보다 10배 이상 높여 5주 동안 먹였더니, 식후 혈당과 체지방・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영국 뉴캐슬대학의 연구 결과와 관련해 상부 소화관을 보호하는 데 나타나는 영향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 만큼,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뉴캐슬대학 연구팀은 대상자 약 1800명을 추가해 글로벌 임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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