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방간은 보통 과도한 음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음주와 관계없이 과도하게 섭취된 영양분이 체내에 남고, 그것이 중성지방으로 간에 쌓이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있다. 이 상태가 방치되면 간경변, 간암으로 발전하고, 혈관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치매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팀은 30년 간 ‘스웨덴 국가 환자 기록’에 등록된 65세 이상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2898명의 건강정보를 확인했다.
이후 진단 당시 환자들과 연령, 성별, 거주지 등이 일치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고 있지 않았던 사람 2만8357명의 건강상태를 비교·분석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호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 결과, 평균 5년 이상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치매 진단율은 5%(145명)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지 않았던 사람(4.6%, 1291명)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 등 일반적인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를 고려해 데이터를 조정한 결과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간 질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38%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뇌 혈액공급 문제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의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발병률이 44% 높았다. 간질환과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 또한 치매 위험이 50%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간질환과 뇌졸중이 있는 사람은 2.5배까지 치매 위험이 상승했다. 반면 두 그룹 간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인해 뇌혈관이 손상되면서 치매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결과는 간질환과 함께 발생하는 심혈관질환을 치료하면 치매 위험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