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악성흑색종은 멜라닌세포 악성화로 생기는 피부암의 일종. 진단이 조금만 늦어도 내부 장기로 전이가 잘 되고 사망 위험성이 높아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장기간 반복되는 기계적 자극과 압력이 발바닥에 생기는 말단악성흑색종 진행을 촉진하는 위험인자임을 새롭게 밝혔다. 악성흑색종은 한국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서 발바닥과 손발톱 등 압력을 많이 받는 부위에 많이 생긴다. 그런데 현재까지 악성흑색종 연구는 대부분 서양 환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동양인의 흑색종은 서양인과 다른 임상‧유전적 특징을 보여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세대-KAIST  공동연구팀 정기양, 노미령, 김준, 서지명 교수.
연세대-KAIST 공동연구팀 정기양, 노미령, 김준, 서지명 교수.

연세대-KAIST 공동 연구팀은 발바닥에 생기는 악성흑색종의 암 발달 분자 기전을 밝힌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한국인 등 유색인종에게 많이 생기는 말단악성흑색종의 발생기전을 밝히는데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 연구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공동 연구팀에는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를 포함해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김준 교수와 서지명(피부과 전문의) 박사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말단악성흑색종이 발바닥 등 말단부에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때 생긴다는 발생기전을 밝힌 연구가 실린 'Nature Communications'.
말단악성흑색종이 발바닥 등 말단부에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때 생긴다는 발생기전을 밝힌 연구가 실린 'Nature Communications'.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악성흑색종 환자는 638명으로 발생률이 비교적 낮은 암인데, 의사들도 이 병을 잘 몰라 초기 오진을 하고 병을 키워서 진행된 상태로 전문클리닉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유색인종에게는 발바닥‧손바닥‧손발톱 밑과 같은 신체 말단부에 악성흑색종이 자주 생긴다. 연대세브란스병원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발바닥 흑색종 발생 비율은 42%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발바닥 흑색종 조직 샘플을 분석해 흑색종의 진행을 촉진하는 기전을 살폈다. 생쥐 모델과 세포배양 모델 실험을 통해 체중부하에 의한 기계적 자극과 흑색종 진행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정상 피부와 경계부위 암세포 흑색종 변연부에서 발생하는 핵막파열이 유전체 불안전성과 DNA 손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체중부하로 생기는 기계적 자극이 흑색종 핵막파열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생쥐 발바닥에 흑색종 세포를 이식하고 체중부하와 함께 강제 쳇바퀴 운동을 시켜 발바닥에 기계적 압력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반복‧기계적 자극이 흑색종에서 세포핵 형태적 이상과 일시적 핵막파열을 유도했다. 핵막파열은 DNA 손상을 일으켰고, 동시에 세포질로 유출된 DNA는 암 악성화와 연관된 내재 면역반응을 유도했다.

이에 비해 이식된 암세포 주변에 있는 정상 피부세포는 동일한 기계적 압력 상황에서도 핵막 불안정성과 DNA 손상을 보이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는 “예전부터 체중부하로 인한 압력‧자극이 발바닥 흑색종 발생의 위험인자로 추측되고 있었지만 그 기전에 대해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며 “발바닥 흑색종 환자는 발바닥에 가해지는 기계적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암 예방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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