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은 우리가 살면서 흔하게 겪는 증상이다. 우리 몸의 피부(표피층)에는 ‘자유신경종말’이라는 감각신경이 있는데, 이 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우리는 가렵다고 느끼게 된다. 가려움증의 원인은 매우 많은데, 암도 그 중 하나다.
가려움증이 암 때문에 생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암 환자는 가려움증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신 가려움증을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6배로 높았다고 한다. 가려움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암은 피부암, 간암, 담낭암, 담관암, 췌장암, 혈액암(백혈병, 림프종), 항문암 등이다. 희귀암의 하나인 염증성 유방암도 작은 발진을 동반한 가려움증 증상이 나타난다.
암으로 인한 가려움증은 다른 원인 질환으로 인한 가려움증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물과 접촉하면 특히 가렵고, 발진이나 두드러기가 없는데도 가렵고, 가려운 부위가 노랗게 변하면서 가렵다. 또 발열, 체중 감소, 축축한 식은 땀을 동반하는 가려움증, 다리와 가슴에서 특히 심하게 느껴지는 가려움증이 암과 관련이 깊은 증상이다.
암은 왜 가려움증을 유발할까? 이유는 여러가지다. 피부, 점막에 생기는 암은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 염증이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피부암, 염증성 유방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담즙산 가려움증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간에서 생성된 소화액인 담즙(대부분이 담즙산)은 담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데, 담관이 막힐 경우 담즙산은 피부 아래에 쌓일 수 있다. 이 때 가려움증이 생긴다. 간암, 담낭암 등 복부에 위치한 암과 유방암, 폐암, 대장암 등 간으로 전이가 잘 되는 모든 암에서 가려움증이 생기는 원인이다.
암에 대한 신체 반응으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염증성 단백질), 프로스타글란딘(통증신호와 염증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같은 체내 화학물질도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화학물질 일부는 자유신경종말에 직접 작용하는 게 아니라 가려움증의 원인인 히스타민을 방출을 유도하기도 한다. 체내 화학물질에 의한 가려움증은 다리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나며 증상이 몇 주 또는 몇 달간 지속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겪은 사람 중에서 비소세포폐암, 림프종, 유방암, 난소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암 또는 암 치료와 관련한 신체 호르몬 변화도 가려움증의 원인이다. 폐경을 했거나 월경 직후의 여성은 호르몬 변화를 겪는데, 이 때 안면 홍조와 땀으로 인해 가려울 수 있다.
가려움증은 암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이기도 하다. 항암치료 약물은 알레르기 반응이나 간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가려움증이 생긴다. 인터페론, 인터루킨-2와 같은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요법 약물, 방사선 치료도 가려움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려움증의 원인이 암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병력(病歷) 확인과 함께 검진이 필요하다. 혈액검사로 백혈구, 적혈구 수치를 확인해야 하고 간기능 검사도 필수다. 백혈병, 림프종 또는 골수증식성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골수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폐암 여부 진단을 위해 흉부 CT 검사, 복부 암 진단을 위한 복부 CT 검사 등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