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암 치료법이 나와 눈길을 끈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단장 겸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은 23일 "부작용 없이 모든 종류의 암에 적용할 수 있는 암 치료법 ‘신델라(CINDELA・Cancer specific INDEL Attacker)’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신델라는 3세대 유전자 가위인 ‘CRISPR-Cas9(크리스퍼 카스9)’으로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돌연변이의 DNA 이중나선을 골라 잘라내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죽이는 기술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DNA 이중나선을 절단하면 방사선이나 화학 항암제를 통한 물리·화학적 DNA 이중나선 절단과 유사하게 암세포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정상 세포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유방암·결장암·백혈병·교모세포종 등 여러 암 세포주 고유의 ‘삽입/결손(InDel) 돌연변이’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 가위를 제작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정상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신델라 기술로 Indel 돌연변이의 DNA 이중나선을 많이 절단할수록 암세포의 사멸 효과가 크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기존에도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암 치료 연구가 있었지만, 대개 비효율적이란 한계에 부딪혔다. 암 유도 돌연변이를 찾아 각각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유전자 가위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반면 신델라 기술은 모든 암의 형성 과정에서 공통으로 생성되는 InDel 돌연변이의 DNA 이중나선을 잘라 DNA 손상복구를 막음으로써 암세포를 죽인다. 암세포의 돌연변이 특성에 상관없이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다.

명경재 단장은 “현재 신델라 기술로 실제 암 환자에게서 채취한 암세포를 치료하는 실험 중이며, 기술 효율성 제고와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임상 단계를 거쳐야 해 실제 치료법이 상용화되려면 5~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PNAS(미국국립과학원회보)' 온라인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