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어떻게 질병에 걸리는가
홍윤철 지음/ 사이 발행/ 2014년 초판 발행
만성질환의 대유행 시대다. 게다가 21세기 첫 팬더믹이라고 불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온 세상을 위협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도대체 모든 질병의 정복을 꿈꾸는 현대과학이 엄청난 진보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책이 있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하나다?"
정말 그럴까, 궁금해진다. 이 엄청난 질문 혹은 주장을 던지는 책은 <질병의 탄생>이다. '우리는 왜, 어떻게 질병에 걸리는가'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홍윤철 박사의 저서. 이 책을 통해 인간의 탄생부터 질병의 탄생,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질병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저자는 질병을 탄생시킨 8가지 환경요인과 인간의 문명이 가져온 8가지 질병에 대해 이야기 한다. 8가지 환경요인은 영양, 기후변화, 햇빛, 달리기, 술, 담배, 산업혁명, 화석연료 등이고, 8가지 질병은 전염병,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알레르기 질환, 암, 우울증 등이다.
점점 더 궁금해진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등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홍윤철 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로 있다. 홍 박사는 책에서 "오늘날의 질병 대부분은 인간이 초래한 환경적 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인간이 문명을 만들었고, 문명은 질병을 만들어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은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단언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비만, 암, 당뇨병, 고혈압, 전염병 등 수많은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 전체 역사상, 오늘날처럼 ‘만성질환’이 만연한 때도 없었다. 어떻게 우리의 선조들, 더 올라가 수십만 년 전 인류의 조상들에게는 이러한 질병이 없었을까? 도대체 어떤 이유로 현재 인류에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수백만 년 동안 수렵 채집 방식의 삶을 영위해온 인류의 환경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겪으며 급격하게 변했다.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두 번의 변화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인류의 ‘환경과 유전자의 조화로운 관계’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저자는 ‘질병은 결국, 환경의 변화와 유전자의 적응 사이에 일어나는 시간 차이로 생겨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유전자는 농업혁명 이전 수백만 년 동안 고착화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 생활습관, 자연환경에 맞게 형성돼 왔는데 급격하게 변한 환경에 바로 적응할 수 있게끔 빠르게 변할 수 없다. 결국 새로운 환경에 유전자가 적응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즉, 유전자가 미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개체는 건강성을 잃고 질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현대 인류의 환경과 생활습관을 적절하게 바꿔 유전자가 최적으로 적응했던 상태로 되돌리는 것.
둘째, 인류의 생존과 안녕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지구환경의 보존.
셋째,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의 변화에 의해 유전자가 적응하는 것.
어느 것도 간단히 하루 아침에 해결될 제안이 아니지만, 먼저 한 개인 개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우주와 자연, 진화와 인류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몸을 긴 관점에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함은 공감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하나씩 한명씩이라도 건강과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쌓아가다 보면, 인간의 몸, 유전자가 갖고 있는 질서와 합치되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