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률이 높은 난소암을 PARP억제제로 치료했더니 무진행 생존기간(암이 있지만 커지거나 악화되지 않은 기간)이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난소암을 약물로 치료할 경우 2가지 표적항암제를 주로 쓴다. 암의 영양 공급 통로가 되는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과 BRCA 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PARP억제제 ‘올라파립(제품명 린파자)’이 대표적인 약이다.
베바시주맙과 올라파립 중 어떤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기동 교수 연구팀이 재발성 난소암에서 베바시주맙과 올라파립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를 최초로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10개 기관에서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서 2013년부터 2019년 사이 첫 '백금 민감성' 재발을 보인 환자 14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백금 민감성’이란 1차 세포독성항암제 치료 6개월 이후에 재발한 환자로, 세포독성항암제 치료 외에 베바시주맙이나 PARP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부인종양학저널(Journal of Gynecologic Oncology)’에 게재됐다.
김 교수팀은 베바시주맙을 사용한 환자 29명과, 올라파립을 사용했거나(83명) 잠재적 사용한(36명) 환자 119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올라파립(23.8개월)이 베바시주맙(17.3개월)보다 무진행 생존기간이 6.5개월이나 긴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올라파립의 잠재적 사용 그룹을 올라파립 그룹에 더해 비교한 경우에도 베바시주맙 그룹에 비해 무진행 생존기간은 길어지고 재발 위험도는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다만 전체 생존기간은 올라파립과 베바시주맙 사용 그룹 간 큰 차이가 없었는데, 이는 연구 종료 후 PARP억제제를 사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됐다.
김기동 교수는 “베바시주맙과 PARP억제제를 비롯한 표적항암제는 그 동안 난소암에서 효과를 입증해왔다”며 “이번 연구는 대표적인 난소암 치료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단독 비교한 연구로,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재발성 난소암에서는 PARP억제제 유지요법이 권고될 만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난소암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난소 절제 후 항암치료를 시작해도 재발 확률이 80%가 넘는 까다로운 암”이라며 “난소암은 재발할 때마다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이기 때문에 PARP억제제 등 유지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