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증상이 아니라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약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7일(현지시각) FDA는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상품명 에드유헬름)’의 시판을 승인했다. 시판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 시험을 진행하는 조건이며, 후속 연구에서 효능을 입증 못하면 허가는 취소될 수 있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덩어리를 형성하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고 알려졌다.
FDA가 이번에 조건부 시판 허가를 내준 이유는 두 건의 임상 3상 결과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2019년 3월 임상시험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과 사고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임상시험 중단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해 10월 “고용량 약물을 투여한 환자의 임상시험 자료를 다시 분석했더니 기억과 사고력, 일상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를 22%까지 늦췄다”고 밝혔다.
FDA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은 효능에 대해 아직도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서도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중요한 효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 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FDA 자문위원회는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반대했다.
한편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지난 1월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이 임상 2상 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증상 진행을 32% 늦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아밀로이드 결합 항체 치료제인 ‘레카네맙’도 지난해 여름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 치매에만 쓸 수 있고, 초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에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들은 이 약을 4주에 한 번씩 주사하게 되며, 가격은 연간 5만6000달러(약 6200만원)로 책정됐다고 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치매 추정환자는 75만488명(2018년 기준)으로 노인 인구의 10.2%에 해당한다.. 국내 환자가 이 약을 혜택을 보기까지는 식약처 시판허가, 건강오험 적용 여부 등 복잡한 절차가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