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암 초기 환자에게 자궁 적출 수술 대신 약물 치료를 오래 해도 임신이 가능할 정도로 암이 치료된다는 연구 결과 발표됐다. 국가암등록사업 통계에 따르면 자궁내막암 환자는 늘고 있는데, 특히 만 15~34세 여성 암 환자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을 정도로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초기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은 젊은 환자들은 임신 가능성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수술 대신 약물 치료를 먼저 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1년 이상 프로게스틴 성분 약물로 치료를 해도 암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치료 효과를 보기 힘들고 암이 진행될 수 있어 장기간 치료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대연‧박정열‧이신화 교수팀(부인암팀)은 1년 동안 프로게스틴 성분의 약물로 자궁 보존 치료를 받았지만 암이 남아 있던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평균 약 5개월 정도 추가로 약물 치료를 실시했다. 그 결과 70%가 넘는 환자들이 임신이 가능할 정도로 암이 완전히 없어졌다. 수술을 안 받고 약물치료를 지속하는 동안 암이 진행된 환자는 단 한 명밖에 없었는데, 이 환자는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발견돼 안전하게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다.
여성의 항체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인 프로게스틴 성분의 약물은 배란을 억제해 경구 피임약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자궁내막 조직을 안정시켜 암 세포를 억제하기 때문에 자궁 보존을 원하는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들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김대연 교수팀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프로게스틴 성분의 약으로 1년5개월간 치료를 받은 초기 자궁내막암 환자 51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약물 치료 기간은 평균 약 17개월이었다. 51명 중 37명(약 73%)은 최종적으로 암이 완전히 없어졌고, 13명(약 25%)은 일부분 없어졌다. 1명(약 2%)의 환자에게서만 암이 진행됐다. 암이 없어진 환자 중 가장 오래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의 치료 기간은 약 92개월이었다. 또한 추가 약물 치료로 암이 없어진 뒤 임신을 시도했던 23명 중 9명이 임신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이 완전히 없어진 37명 중 12명에서 암이 재발했는데, 그 중 8명은 약물 치료를 더 지속했더니 다시 암이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 연구자인 김대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가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된 환자들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위한 가임력 보존이 환자들의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초기에 발견된 자궁내막암은 수술 없이 프로게스틴 성분 약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효과가 없거나 재발 위험도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꾸준히 면밀하게 상담하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부인암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미국부인종양학회지(Gynecologic Oncology, IF=4.623)’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