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감지하는 장치를 사용해 흰 테이블 위의 검은 컵이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 Nature Medicine
빛을 감지하는 장치를 사용해 흰 테이블 위의 검은 컵이 보이는지 안보이는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 Nature Medicine

빛으로 사람의 시력을 회복하는 방법이 실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40년 동안 앞을 보지 못하던 사람이 빛에 반응하는 해조류의 유전자를 눈에 이식받고 다시 횡단보도의 흰 줄을 볼 수 있게 됐다.

스위스 바젤대의 보톤드 로스카 교수 연구진은 최근에 “광유전학(光遺傳學, optogenetics) 기술로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부분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광유전학은 빛을 쪼여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기술. 해조류에서 빛을 전기로 바꾸는 단백질을 동물의 신경세포에 이식해 빛을 쪼이면 원하는 대로 신경세포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람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빛에 반응하는 해조류의 유전자를 이식해 시력의 일부를 회복시킨 연구결과가 실린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지'.
빛에 반응하는 해조류의 유전자를 이식해 시력의 일부를 회복시킨 연구결과가 실린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지'.

연구진은 망막색소변성증(RP)으로 40년간 실명 상태로 있던 58세 프랑스 남성에게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했다.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망막은 옵신 단백질이 있는 광수용체 세포가 손상돼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지 못한다. 이 병은 녹내장,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실명을 부르는 3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해조류의 옵신 유전자를 남성의 망막에 이식했다. 인체에 해가 없는 바이러스를 유전자 전달체로 이용했다. 몇 달 지나자 눈에서 다시 옵신 단백질이 만들어졌다. 남성은 특수 고글을 쓰고 밖으로 나가 횡단보도의 흰 줄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고글은 사물에서 반사된 빛을 증폭한 다음 남성의 망막에 옵신이 반응하는 황색 파장의 빛을 보낸다.

연구진은 "이 남성은 일상에서도 고글을 쓰고 접시나 전화를 찾고, 가구나 문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며 "뇌파를 측정해보니 시각중추의 활동이 두드러져 실제로 시력이 회복됐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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