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와 목, 후두, 인두, 침샘 등에 생기는 두경부암 발병률에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던 편도암은 증가율이 정체된 반면, 희귀암으로 환자수가 많지 않던 설암(혀암)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립암센터 희귀암센터 두경부종양클리닉 정유석, 석준걸 전문의와 중앙암등록본부 정규원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중앙암등록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3월3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9년부터 연평균 6.77% 증가하던 국내 편도암 발생률이 2011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거나 줄지 않고 10만 명당 0.5명 내외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편도암의 주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편도암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젊은층에서 편도암의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최근 증가세가 안정되는 양상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40~50대의 발생률은 연평균 8.1%씩 증가하다 2008년을 기점으로 증가세가 꺾인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꾸준히 연평균 6.2%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구강암의 발생률은 2006년을 기점으로 1.56%에서 2.82%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구강암의 한 종류인 설암 발생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혀에 생기는 암인 설암은 1999년부터 전 연령대에서 지속해서 늘었다. 특히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 연평균 7.7%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설암을 제외한 다른 구강암은 60대 이상에서만 2.0% 늘었고, 다른 연령대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런 증가 추세는 해외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반적인 구강암의 발생률이 줄어드는데, 설암만 발생율이 늘고 있다는 것.
석준걸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설암은 예후가 특히 좋지 않은 암으로 주요 위험인자로 흡연, 음주, 바이러스 등이 꼽힌다"며 "그러나 술이나 담배의 노출이 많지 않은 젊은 층의 발생 증가는 기존 위험인자와는 구별되는 환경·유전적 요인 등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이유 없이 혀나 목구멍의 통증, 궤양, 변색이나 두꺼워진 듯한 현상, 삼킴 곤란 또는 목에서 혹이 만져지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 2월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