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많이 바쁘신가요? 이장님.”

며칠 전 ‘질주 본능’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웃음보따里 회원이 카톡 문자를 보냈다. 간암 치료를 받으면서, 수시로 응급 상황이 생겨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회원이다.

전화를 걸었다. 복수가 차는 등 몸 상태가 안 좋아 입원 치료 중이라고 했다. 검사 수치가 나빠서 간암 치료도 불가능한 상태이고, 여러 가지 증상을 다스리는 치료를 하면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항암 치료는 잘 듣지 않고 한두 달에 한 번 꼴로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

암 치유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치유 과정을 주도할 때, 비로소 암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암 치유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치유 과정을 주도할 때, 비로소 암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당장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식사는 꼭 챙겨 먹고, 병동 복도 걷기를 꾸준히 하고, 계속 웃으며 좋은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퇴원을 하면 만나서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이틀 전에는 친구의 소개를 받았다면서 한 분이 전화를 했다. 유방암 투병 중 신체 다른 곳으로 전이된 여동생 문제로 상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았다는 또 다른 60대 남성은 “췌장암 4기인데 양성자 치료를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비슷한 처지의 암 환우가 가족들에게 전화 또는 대면 상담 요청을 자주 받는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첫 감정은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 분들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지만, 치료와 관련된 의료 분야는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없기에 조심스럽다.

내가 암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정보를 모아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그리고 완치 후에는 내 경험과 지식을 비슷한 처지의 암환우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2013년 암 체험 에세이 ‘나는 암이 고맙다’, ‘암과의 동행 5년’을 썼고,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으로 암에 대한 심층 정보를 모으고 기사를 썼다. 그리고 지금은 암 환우 상담(암사랑 코칭), 암 치유 프로그램 기획 운영, 일반인 대상의 백세 건강 프로그램, 라이프 코칭을 제2의 업(業)으로 삼았다.

암에 대한 정보는 곳곳에 널려 있다. ‘정보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문제가 되면 당황한다. 내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을 때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치료가 원하는 대로 안돼 몸 상태가 나빠지고 암이 전이, 재발됐다는 통보까지 받으면 좌절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럴 때 기존 의료 시스템은 큰 도움이 못 된다. 내게 조언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의 사정은 다 비슷하다. 투병의 지혜를 얻고 싶어 한다.

그 분들을 만나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공감과 위로다.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그냥 들어주는 것이다. 그 다음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왜 나는 암에 걸렸지?”

나는 병원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어느 정도일까?”

병원 치료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자기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다.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고,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하며, 어느 요양병원에 가야 하는지 등등의 질문에 대답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검색과 지인 추천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다.

그 동안 수많은 암 환우를 만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면서 깨달은 것은 ‘환자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암을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암과 싸워 이길 수 있으려면 병원 의료진에게만 의존하거나, 가족-지인의 조언에 지나치게 휘둘려서도 안 된다.

냉철하게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뿐이다.

우리 캔서앤서에 암 치유 수기를 연재 중인 최은애씨(가명)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위암에 이어 유방암까지 발병한 그 분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최신 치료 정보를 찾아 다녔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미슬토 주사, 고용량 비타민C 주사를 맞았다. 항암치료를 담당하는 병원 의료진은 아마 그런 보조요법을 권하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는 반대하는 주치의도 많으니까.

최은애씨는 자신이 선택한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 기도를 하고 감사하기를 실천했다고 했다. 유방암 완치 판정까지는 아직 1년 3개월이 남았지만 그 분은 여느 암 환우와 좀 다르다. “혹시 암이 재발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냐”고 물었더니 “겁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매일 감사할 일이 많이 생기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요. 죽음을 항상 생각하기에 지금 주어진 삶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지는 거죠.”

최은애 씨와 같은 마음을 가졌을 때, 암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말기 암을 극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암이 여전히 치료하기 힘든 병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암을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달라질 뿐 아니라, 암과의 싸움도 이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환우가 있다면, 이 말부터 하면서 상담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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