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수술 후 비리어드(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데도 왜 간암이 왔는지 추적해보았습니다. 제 경우 비리어드 복용 10개월만에 간암이 발병했습니다. 먼저, 비리어드 복용 전후의 간수치 검사를 정리해서 분석해 보았습니다.

비리어드를 2014년 12월 29일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에 AST는 40 전후였고 ALT는 40을 넘은 적이 없었습니다. 혈소판 수치도 거의 20만 내외였습니다. 다만 r-GTP가 100까지 올라있는 것을 보니 지방간은 있었습니다.

위 표를 보면 비리어드를 먹기 시작하면서 간수치가 5개월까지는 오히려 올라갑니다. 그러나, DNA바이러스 수치는 서서히 떨어져 비리어드 복용 6개월 정도가 되면 검출한계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비리어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처음 간수치가 올라가더라도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고, DNA수치가 감소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DNA 수치가 떨어지면 소위 약발이 잘 듣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동안 정기검사 때 간수치가 정상치 이내이고 e항원 음성으로 자연혈청 전환되었으며, 내과의사도 매번 검사 때마다 “이상 없습니다. 계속 6개월마다 검사하시면 됩니다”라고 했고, 저 역시 무지했기에 괜찮은 줄만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기 검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DNA 검사(변종바이러스가 생겼는지 확인하는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죠. 그러는 사이 간경변은 소리 없이 서서히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2014년 12월 29일은 내 생명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날입니다. 간경변 소견으로, 급여로 항바이러스제(비리어드)를 처방받아 복용을 시작했고, 좋아하는 술을 멀리하는 금주를 시작한 날이죠.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건, 간암 발병 후 ‘왜 진작 항바이러스제를 먹지 않았나?’, ‘왜 주치의 선생은 나에게 미리 복용을 권하지 않았나?’라고 후회하지 말고 미리 간염에 대해 공부해 비급여라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적극적인 간 관리를 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취미로 그림을 그립니다. 제가 그림 그리는 시간이 힐링의 시간이고 쉼의 시간입니다. 이 그림에는 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저는 취미로 그림을 그립니다. 제가 그림 그리는 시간이 힐링의 시간이고 쉼의 시간입니다. 이 그림에는 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 나에게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은 검증된 것이니까 그 이야기를 잘 듣고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두고두고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시중에 떠도는 정보를 거르고 알맹이만 건져내는 작업은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간질환에 관해 공부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렇게 쌓인 노하우를 여러분과 공유하는 건 환우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간질환에 관심이 있는 분이 가장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에는 간질환 환우를 위로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병을 퇴치하고자 함께 애쓰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여러 곳 있습니다.

여러 카페나 블로그를 둘러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의료와는 무관한 분들이 꾸려가고 있고, 본인의 간질환에 대한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들은 왜 이런 카페나 블로그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는 걸까요?

환자가 되어 병원에 가 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나면 의사와 면담을 하게 되는데, 이때 들을 수 있는 말은 고작 몇 마디가 전부입니다.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좀 안 좋네요, 새로운 곳에 점이 보입니다.”

“입원하시고 검사 후 치료받으세요.”

감정이 섞이지 않은 딱딱한 어투로 이야기하는데, 세부 설명은 거의 해주지 않습니다. 물론 수많은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의사에게 심리상담사 역할까지 바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환자가 느끼는 불안한 마음을 헤아려 응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해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의사에게 세부적인 사항을 물어보면 “그런 어려운 용어, 알 필요 없잖아요?” “그거 알아서 뭐 하시렵니까? 의사 하시렵니까?” 같은 반응이 돌아옵니다.

어디가 안 좋은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은 게 의사가 되고 싶어서인가요? 너무 답답하고, 막막하니까 의사에게 조금이라도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건데, 그리 면박을 줍니다. 대부분의 환우가 주치의에게 들을 수 있는 설명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댈 곳이 없는 환우들은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러 카페나 블로그를 전전하며 묻고 찾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가 상반된 주장의 글이라도 나오면 혼란에 빠지기도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전문의도 아니고, 그리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안타깝거나,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정도의 질문에 대해서는 답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저도 더 공부하게 되었고요.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때는 정말 조심스러워서 검증된 자료나 논문을 바탕으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모르는 것은 주변의 친분있는 전문의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상대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가급적 스스로 찾아서 공부합니다. 특히 영상 판독지 해독은 전문 의학 용어가 많고, 가끔 스펠링도 틀려서 해석이 힘듭니다. 그래도 꾸준히 연구하고 환우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니, 이제는 간 촬영 영상 판독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간사랑카페’는 간질환에 대한 올바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회원들의 자발적인 치병 경험기를 환우들과 공유하는 간질환 커뮤니티입니다. 많은 회원이 질문에 답을 다는 방식으로 간 질환에 관한 지식을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환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간질환에 대한 최신 정보나 논문 자료를 카페에 올리면 많은 회원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우리간사랑카페’를 통해 환우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올바른 정보로 빠른 치유를 돕는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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