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는 항산화 효과의 대명사 같은 영양소다. 필수 영양소로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에 다양한 기여를 하지만, 특별히 항산화 효과에 관해서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특별한 물질. 비타민C가 정말로 암 예방 혹은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까.

비타민C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쟁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항산화제는 유해활성산소로 인한 정상세포의 파괴를 막고 암세포 변이를 억제하며 몸의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T세포와 NK세포를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비타민C의 항암효과에 대한 믿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암환자들의 몸에는 정상인보다 활성산소가 많다. 암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경우도 정상인보다 활성산소의 양이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체내 활성산소가 많다는 것은 암 치료를 마친 경우라 할지라도 정상인보다 함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고용량 비타민C 요법, 항암효과 얼마나 될까?

항산화제의 역할과 필요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이 모두들 동의한다. 그렇다면 비타민C는 어떨까.

<암과 비타민C(Cancer and Vitamin C)>를 쓴 이완 캐머론, 라이너스 폴링 박사가 1976년 비타민C가 말기 암환자의 생명을 연장시켜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비타민C 치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정맥주사를 통해 표준 권장량의 최대 200배에 해당하는 많은 양의 비타민C를 투여하는 고용량 요법이 암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은 여러 동물 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것으로 입증됐다. 쥐의 생존율을 20% 높이는 실험도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질병이 없는 사람의 피로도와 활성산소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실험이 진행된 바 있고, 항암에 실패한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고용량 비타민C 요법을 쓴 결과,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다(JKMS, 2007). 환자들은 3일 간격으로 비타민C 10g을 투여 받고 매일 경구용 비타민C를 4g 복용한 결과, 환자들의 통증과 항암제·방사선 치료로 인한 식욕부진, 욕창 등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C의 항암 원리는?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주변에 비정상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부분에 비타민C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면, 비타민C와 항암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암세포는 주위 조직을 침범하기 위해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해 정상세포의 결합을 해리시키는데, 비타민C는 콜라겐을 형성해 이를 막으면서 산화된 비타민E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암세포에는 소독효과가 강한 과산화수소 분해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카탈라아제가 정상세포보다 부족한데, 비타민C는 암세포 내에서 과산화수소를 생성, 축적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

비타민 C는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PED)에 의한 c-AMP 가수분해를 방지하고, 혈액과 뇌 사이의 장막을 강화해 신경독성물질이 뇌로 가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c-AMP 혈중 농도가 증가하면 우울 상태가 호전되며 뼈로의 칼슘 흡수를 증가돼 뼈 전이로 인한 통증이 완화되고, 신경독성물질을 차단하면 우울이나 불안, 피로감이 완화돼 삶의 질 개선이 이루어진다.

고용량 비타민 C 요법의 항암 효과에 대한 의문

그렇다면 고용량 비타민C 요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용량 문제를 짚어볼 수 있다. 감기 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데만도 비타민C가 10g 이상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인 0.1g의 100배에 해당하는 양. 혈중 비타민C의 농도를 높이기 위해 경구복용이 아닌 정맥주사를 사용하더라도 고용량을 충족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비타민C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비타민C 자체의 효과는 부정하지 않지만, 대상자의 상태와 조건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반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식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을만큼의 연구결과가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 명승권 박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합성 비타민C가 천연 비타민C만큼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일관성 있는 연구 결과가 아직 없다”며 “고용량 비타민C 요법에 대한 무작위 대조 임상자료도 거의 없다는 점이 연구의 한계”라고 주장한 바 있다.

비타민C가 건강에 유용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체내 합성이 불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부수적 문제가 발생한다. 천연 비타민C는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용량 비타민C를 처방했을 때 설사, 위 경련, 복통 등 위장 관련 이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철분의 과다흡수로 인한 조직 손상 위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타민C를 확충하고자 할 때 신선한 야채 등 자연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고, 항암을 위해 불가피하게 고용량 비타민C 제제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전문의와 개별적 진단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