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많이 걷고 뛰었습니다. 

집 근처 성북천은 운동하기 아주 좋은 장소죠. 

천의 양쪽 가장자리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지요.

사람이 걷고 뛸 수 있어 좋은 이곳은, 자연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포근해진 설 연휴, 청둥오리들의 보금자리를 곳곳에서 발견했습니다. 

텃새가 된 철새, 청둥오리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대표적인 야생오리인 청둥오리.

원래 철새랍니다. 겨울철새.

북쪽 고향이 너무 추워지면 남쪽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 내려옵니다. 

그리고 겨울을 나면 다시 북으로 가서 산란을 하고...

그런데 이제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아예 텃새로 자리잡았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떠나지 않고, 한강에, 청계천과 지천에서 살아갑니다.

자연의 힘은 놀랍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던 청계천과 지천들에서 생명이 꿈틀거립니다. 

작고 큰 물고기들이 넘쳐나고, 천적이 없으니, 새들도 점점 늘어갑니다. 

천국이 따로 없죠. 굳이 떠날 필요도 없어요. 

철새들의 엄청난 비행은 자연의 신비로 언급되곤 합니다.

그 철새들의 적응 또한 자연의 신비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성북천 곳곳에 쌍쌍이 자리잡은 청둥오리의 보금자리를 보면서,

변화하고 적응하는 야생의 질서를 배웁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흔히들, 파괴와 멸망과 연결지어 이야기되는 기후변화,

어떤 이들에게는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천변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드라마'에서 삶의 의지를 배웁니다. 

"인간은 극복해야할 그 무엇이다."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우리는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입니다. 

환경도, 아픔도, 질병도,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일 따름입니다. 

변화하는 날씨에 함몰되지 않고 보금자리를 틀 줄 아는 청둥오리처럼,

우리를 위협하는 아주 커다란 일들 앞에서,

주눅들지 말고, 보금자리를 틀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음력 새해, 신축년(辛丑年)이 밝았습니다.

새해 포근한 보금자리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캔서앤서(cancer answ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