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혹한과 함께 찾아온 하얀 눈.
추위도, 불편도 잊고,
백설세상을 잠깐 만끽하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우울한 한해를 보내고, 걱정 많은 새해를 맞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선물'이 소담스레 내렸습니다.
바람이 거칠게 불기도 했지만, 눈 덮인 나무가 아름답고
개천의 푸른 물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하얀 길을 뚫고 흐릅니다.
길게 뻗은 천변길도 아름답게 변신했습니다.
내일? 불편함만 남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주 짧은 행복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지난밤의 폭설이 어느 순간 그치고,
오늘아침 투명하고 푸른하늘엔 선명한 해가 떠올랐습니다.
눈덮인 지붕들, 하얗게 바뀐 옥상들 위로 햇살이 비쳐듭니다.
천지는 불인(天地不仁)이라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위로를 줍니다.
자연은 가르침을 주기도 합니다.
힘든 시간, 지나고 나면,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줍니다.
눈은 살아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김수영 시 <눈> 중에서
최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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