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마라도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그의 이름은 안다. 세계적인 유명인사다. 축구의 전설이며, 사회적 악동으로 유명한 마라도나가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 나이가 아직 60세밖에 되지 않았다. 궁금해진다, 갑자기 왜? 알고 보니 그는 사망 2주전 만성 경막하혈종으로 뇌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 회복 과정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 

선수생활 때도 워낙 천재적인 플레이에다 돌출행동으로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온 마라도나이지만, 은퇴 후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늘 끌고 다니던 그는 또한 늘 건강 문제도 달고 다녔다. 마라도나 죽음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경막하혈종, 그리고 최종 사인 급성 심근경색증, 그의 건강을 무너뜨리는데 큰 역할을 한 마약과 비만 등에 대해 간략히 알아본다. 

▶경막하출혈로 뇌수술 = 경막하출혈(경막하혈종)은 뇌를 감싸고 있는 경막과 뇌 사이의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 피가 고이는 현상이다. 교통사고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뇌혈관이 터지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무리한 운동, 폭행 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노인의 경우엔 낙상, 영유아의 경우엔 학대가 주요 원인으로 더해진다. 

출혈이 계속되어 피가 쌓이면 두통, 구토, 마비, 언어 장애, 보행 장애, 정신 착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데, 고령층의 경우엔 경막과 뇌 사이의 공간이 넓어져 출혈이 계속돼도 통증이 없어 병을 쉽게 인지하기 어렵다. 

마라도나의 뇌 수술을 맡았던 주치의는 "아마도 가벼운 충격을 받아 만성 뇌경막하출혈이 생긴 것 같다"면서 "마라도나 자신은 어떻게 머리를 부딪혔는지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성공적인 수술을 받고 11월 12일 퇴원해 자택에서 회복하고 있었다.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압과 맥박을 측정하고, 시야와 안구의 빛반응을 살피며 반사기능과 균형감각, 언어기능과 기억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 머리에 가벼운 충격을 입었는데 얼마 뒤부터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경막하출혈을 의심하고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고령층은 증상이 잘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머리 충격을 받으면, 자신의 상태를 잘 주시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 마라도나의 사인인 급성 심근경색은 혈류와 직접 관련된 질병. 모든 사망이 심장마비이긴 하지만, 그의 경우는 조금 더 혈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혀 심장 근육이 죽어가는 질환. 현전이라는 피떡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갑자기 막아 심장 근육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것이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도 하기 전에 사망한다. 

이 무서운 질병의 원인은, 관상동맥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섬유성 막이 생기는 것. 이 섬유성 막이 갑작스레 파열되면 안쪽에 있던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로 노출되고, 혈액이 뭉쳐 관상동맥이 막히게 된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던 사람도 발병하는데, 심근경색이 오면 격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한다. 이 고통은 30분 이상 지속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때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다고 한다. 병원에서 급하게 스텐트 시술 등 '고나상동맥 확장 성형술'을 진행해야 안전하게 퇴원할 수 있다. 그래서 평소 혹은 시술 후, 고혈압 당뇨 흡연 콜레스테롤 비만 심장병 등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며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 축구스타 마라도나의 사망 원인과 생애,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사람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는 외신들.
세계적 축구스타 마라도나의 사망 원인과 생애,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사람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는 외신들.

▶마약과 비만= 마라도나는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아오면서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기에는 극단적인 일들인 행위들로 문제가 되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약. 마라도나는 1990년대 초 코카인 중독으로 약물사용금지 처분, 15개월 출장정지 등의 처분을 받았다. 

약물중독은 쾌락을 추구하는 도구로 인간본성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개인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해소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문제는 이 행위가 '중독'이 되고 점점 강한 것을 추구하게 되면서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 특히 뇌의 영구적 변화를 초래해 계속 약물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금단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탐닉하는 악순환 속에서 몸과 마음이 망가지게 되는 것. 따라서 마약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다. 

은퇴 후에도 마약은 계속된 것으로 보이고, 술과 시가를 즐기는데다 운동량이 줄어들어 척 보기에도 문제가 있을만큼 비만 상태가 되었다. 심장과 호흡기 문제도 발생해 2004년에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서 혈관건강에 치명타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의 마라도나 추모 트윗.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의 마라도나 추모 트윗.

▶굿바이 마라도나 =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트위터에 "잘 가시오, 디에고. 당신은 축구세상의 모든 사람들 가슴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축구사에서 '불멸의 영웅'으로 인정한 글이다. 

마라도나와 1986년 월드컵에서 맞섰던 영국 개리 리네커는 "마라도나는 나의 세대에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최고의 선수였고, 아마도 역사상 최고의 선수였다. 축복과 곡절이 겹친 그의 삶을 마치고, 마침내, 신의 손 안에서 위안을 받게 되길 빈다"고 썼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마라도나를 수비하면서 허벅지를 걷어차 세계적 화제가 되었던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내가 반딧불이었다면 마라도나는 태양 같은 선수였다"며 "같은 시대에 선수 및 지도자 생활을 한 것은 큰 행운이자 영광이었다"고 그를 추모했다. 20세기 축구의 큰 별 하나가 떨어졌고, 세계의 축구팬들은 슬픔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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