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인 이들에게 새로운 항암제 개발 소식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완치에 대한 기대는 물론이고 항암제 관련한 부작용 등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항암제는 어떤 단계를 거쳐서 환자 치료에 쓰이는 걸까.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토대로 항암제 개발 과정을 알아본다.
실험실에서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는 '전(前)임상'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견하면 연구자들은 '비임상시험(전임상)'에 돌입한다. 이 단계는 신약 후보 물질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에 동물에게 사용해 부작용이나 독성, 효과 등을 확인한다. 미디어 등에서 '새로운 암 치료 방법 찾았다' 등의 제목으로 보도되는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전(前)임상' 단계가 많다.
이 단계에서는 약물이 체내에 어떻게 흡수돼 분포되고 배설되는가를 연구하는 '체내 동태' 연구와 약효 약리 연구가 수행된다. 그런 후 동물실험을 통해 해당 시험 약이 지니는 부작용 및 독성을 검색하는 안전성 평가가 실시된다.
제1상 임상시험 : 본격적인 약 개발 시작
동물이나 세포를 대상으로 전임상이 완료돼 해당 치료 물질이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1상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1상 임상시험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첫 단계이기도 하다. 다만 소수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통상적으로 15~30명 정도에게 시행한다. 이 연구에서 연구자는 ▲새로 개발된 항암제의 가장 적합한 투여방법 ▲얼마나 자주 투여할지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은 얼마나 되는 지 등을 확인한다. 보통 1상 임상시험은 암 종류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암 환자가 참여할 수 있다.
제2상 임상시험 : 새로운 항암제의 유효성 확인
2상 임상시험은 새로운 항암제가 특정 암에 대해 얼마나 효과적인지 평가한다. 또 약효가 있다고 하더라도 약물의 안전성이 확보됐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약제의 안전성을 재확인한다.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항암제를 투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평가하는 한편, 기존의 치료법과 새로운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비교하기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임상시험을 진행할지 말지도 이때 결정한다. 보통 2상 임상시험에는 100여명의 환자가 참여하는데 제1상과 달리 특정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자격 요건 등이 보다 엄격해진다.
제3상 임상시험 : 유효성, 안전성을 통계로 검증
제3상 임상시험은 연구실에 존재하는 항암제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단계로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1상과 2상에서 파악된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기존 표준치료제와 비교해 더 우수한지, 동등한지 혹은 열등한지에 대해 확인하는 단계다. 3상 임상시험에서는 암 환자를 '신약을 사용하는 군(대조군)'과 '표준항암제를 사용하는 군(비교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뒤 비교하는 등 통계적으로 검증한다. 이때는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인종이 다른 이들에게 시행한다.
제4상 임상시험 : 세상 밖으로 나온 항암제의 장기간 약효 평가
4상 임상시험은 새로운 항암제의 시판이 허가된 후 장기간에 걸쳐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다. 시판 전 임상연구에서 파악되지 않았던 희귀한 부작용과 장기간의 복용으로 나타나는 유해반응, 임상시험 대상에서 제외됐던 소아, 노인, 임산부 등에서의 효능 및 유해반응,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및 새로운 적응증의 발견 등에 나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