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간사랑 카페’ 회원들과 가끔 통화를 하는데, 어떤 분들은 정말 힘들게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통화를 할 때마다 위로의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결국 꺼내는 한 마디는 "힘내요!!!”입니다.

제 아내는 우리 신혼 초에 50대 초반이었던 저의 두 형님이 돌아가시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식도정맥류였던 큰 형님은 지혈이 안되어서, 둘째 형님은 간경변 말기로 긴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당시 서른도 안 되었던 저에게 아내는 “당신도 마지막엔 저렇게 되겠구나!"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 그 때 아내는 제가 어떻게 될지 이미 예견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B형간염 보유자는 환갑을 못 넘겼기 때문에 저 역시도 ‘내가 환갑을 넘길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당시 내 인생의 목표는 환갑까지 재미있게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짧지만 굵게 살자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1995년부터는 매년 세 번씩 아이들까지 데리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으로 해외 여행을 다녔습니다.

결국 59세를 못 넘기고 간암이 발병해 수술을 했는데, 그래도 환갑은 넘겼습니다. 간암 발병 당시 자료를 찾아 보니까 5년 생존율이 35%였습니다. ‘앞으로 5년만 더 재미있게 살자’고 마음 먹고 가지고 있던 비상금을 몽땅 아내에게 주고 집도 아내 명의로 넘겼기 때문에 지금 저는 빈털털이입니다.

저는 능소화를 참 좋아합니다. 지난 여름 우리 집 마당에 핀 능소화를 보며 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가졌습니다.
저는 능소화를 참 좋아합니다. 지난 여름 우리 집 마당에 핀 능소화를 보며 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가졌습니다.

간암 치료를 받고 있을 때 아내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학교 때 은사님이 말기암으로 돌아가시기 3개월 전 집에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주변 친구, 지인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했대요.” 아내도 내게 ‘아름다운 죽음을 생각하고 있으라’고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처음 간암 진단을 받을 때 생존율 35% 정도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지요.

저는 항상 마음으로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이면 절제 수술을 받은 지 5년이 됩니다. 엊그제 아내는 “당신은 재발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아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겠지요.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저는 5년 단위로 인생을 끊어 살려고 합니다. 올해가 지나면 그 5년이 한 번 지나갑니다.

환갑이 넘어 사는 제 인생은 덤으로 사는 것이라서 재미 있게 살려고 합니다. 어찌어찌 해서 우리간사랑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스트레스도 받지만 고마워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도 항상 재발의 위험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 간암 환우들은 아프지 않은 분들보다는 평균 수명이 짧은 게 사실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간암 수술 후 오래 사신 분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수명이 점점 늘고 있고 간암 치료 후 60세를 넘긴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젊은 분들이 갑자기 발병하여 크게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간은 참 신비로운 장기입니다. 간을 잘라내더라도 30%만 있으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암이 발병하면 암세포는 혈관이나 림프절을 통해 우리 몸을 돌아 다니고,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져서 다시 세포분열을 하면 재발, 전이라고 한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정신 건강인 것 같습니다. 회원 중에 말기인데도 건강한 사람처럼 생활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들과 얘기를 해보면 한결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B형간염 보유자들은 성격이 예민하고 좀 신경질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간암 발병까지 한 분들은 더 예민합니다. 이 것을 이겨내려면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고 누군가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부처님처럼 넒은 마음으로 살도록 본인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앙 생활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 또 다짐합니다.

우리 집 마당을 보면서 항상 생각합니다. ‘올해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구나’ 하면서요.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한 번 힘을 내어 이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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