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차가워, 오늘 아침.

단풍이 들기 시작했어요. 낙엽이 지기 시작했어요. 

길고 지루하던 장마와 여름이 끝나고, 가을인가 싶더니 설마, 겨울?

10월말의 주말,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빨갛게 빛나는 낙엽이 푸른 채 떨어진 잎새와 함께 뒹굴어요.

계절의 뒤섞임, 바닥만 그런 것이 아니네요.

나무들도 그래요.

한쪽은 빨갛게 불타고, 한쪽은 푸르게 꼿꼿합니다. 

차가운 바람이 어느 나무는 단풍을 만들고, 어느 나무는 상록을 더 빛나게 하죠.

알 수 없게 뒤섞인 세상도 그러하겠죠.

벤치에도, 야외차단벽에도, 고랑에서 가을색이 짙어졌어요,

성큼, 계절이 깊어갑니다. 

이렇게 빨리 변하는 계절이 믿어지지 않아요.

그래도, 그게 자연의 섭리,

그 자연스러움의 당연함을 못받아들이는 우리가 문제겠죠.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늦은 오후 가로수 길을 걸어가노라면

늘 따라 걷는 긴 그림자도

가을을 지나 겨울을 걷는다

 

옷깃을 여민 여인네들의 긴 옷 사이로

햇살은 무수리 깨어져 구르고

조경으로 심은 대로변 국화엔 

벌들이 아직도 한 세상인데

 

문득, 먼 곳의 사람이 된

늦가을을 좋아하던 그대가

생각나는 시월의 마지막 날

이파리 떨구는 가로수 사이로

한잎 두잎 부서지는 햇살을 따라

그대의 또랑한 눈망울도

가을을 지나 겨울로 깊어만 간다

남경식 <시월의 마지막 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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