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당신이 보석입니다>
책 제목일 뿐인데, 이 한 문장만으로도 내 자존감이 저절로 높아지는 듯한 느낌은 뭘까? 과연 나는 내 자신을 보석 같은 존재로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더 궁금했다.
세계 최고 보석 ‘그라프'와 세계1위 면세점 듀프리(듀프리토마스줄리)의 초대 한국대표를 지낸 국제보석감정사 이승규(62) 대표다. 그는 하얏트호텔, 하나투어, 엔타스면세점, 롯데면세점 마케팅과 신규사업부문장을 지냈다. <사실, 당신이 보석입니다>는 이 대표가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적은 자전적 에세이지만, 워낙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기에 그의 글 한줄한줄이 읽는 사람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준다.
그는 살면서 여러 번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섰다. 대입 재수를 하던 10대에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의식을 잃었으며, 막 대학생활을 시작한 직후 폐결핵으로 기약없는 휴학을 해야만 했다. 2002년 만성 B형간염 진단을 받았고, 2005년에는 임파선암 진단을 받아 6차례의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와 25차례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2011년에는 간암으로 수술 등 치료를 받았다.
그것 말고도 삶의 고비는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성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폐결핵 이력 때문에 군 입대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자신의 한계를 깨고 싶어 자원입대를 신청했다. 신체검사 3회 만에 합격해 그는 군복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학 시절, 토플 점수와 경제적 여건 때문에 미국 유학 시도를 잠시 접어야 했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고 13년 만에 더 좋은 조건으로 미국 유학의 꿈을 이뤘다.
<사실, 당신이 보석입니다>는 이승규 대표만의 '계란으로 바위치기’식 도전과 그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를 풀어놓은 글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보석과 사람 모두 고비를 잘 견뎌야 단단해지고 더욱 빛이 나는 존재로 거듭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며 “사람들이 자신이 보석임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에서 모든 사람의 ‘블루 다이아몬드' 인생을 응원했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어떤 삶을 의미하는가.
“보석의 왕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가장 귀한 다이아몬드가 바로 블루 다이아몬드다. 1991년 롯데면세점에 근무할 때 세계 최고 보석 브랜드인 그라프를 유치하기 위해 영국에서 미스터 그라프를 직접 만났다. 그는 특별 금고에서 블루 다이아몬드를 매우 조심스럽게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보석 관련자들이 평생에 한번 보고 죽으면 다행이라고 말할만큼 귀하다. 영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로즈가 약혼자에게 선물로 받은 목걸이 ‘대양의 심장'의 모델이기도 하다.
블루 다이아몬드의 삶은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삶을 사는 인생이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돈과 명예, 또는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삶을 말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콘텐츠, 즉 자신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펼치며 의미있는 도전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고난을 잘 견디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점은 뭘까.
“나는 책에서 ‘승리는 패배를 통해 학습하는 자의 손을 들어준다’고 썼다. 고난을 잘 견디는 사람은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구분한다. 자신의 태도나 노력하는 방향, 강도 등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바꾸려고 한다. 고난은 보석과 사람 모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게 해주는 시험과도 같다. 그래서 다가오는 어려움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당당하게 직면해야 다음에 찾아오는 어려움도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다.”
-마음은 고난을 멋지게 이기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좌절할 때 어떤 조언을 줄 수 있나?
“내가 보석감정사이니 보석에 빗대어 말하겠다. 보석과 사람이 닮은 점이 많다. 보석과 사람 모두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전 세계에서 나와 똑같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것처럼 천연보석 또한 제 각기 다르다. 인조 보석과는 다르게 천연 보석은 감정사만이 알 수 있는 각각의 흠이 있다. 그 ‘흠'이 천연 보석이고 진짜 보석이라는 걸 알려주는 증거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아픔이 있고 특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 아픔이 ‘암'이 될수도 있고 유난히 부족해보이는 나의 한 모습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픔이라고만 여겼던 나의 ‘흠'이 바로 내가 진짜이며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나도 시골에서 태어나 지독히 가난하게 살았고 암도 수차례나 찾아왔다. 이런 어려움을 겪어 보니 나중에 찾아온 어려움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더욱 담대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암 극복에 도움이 된 것은 어떤 것인지.
“2002년에 만성 B형간염을 진단 받았고 그 3년 뒤, 임파선암을 진단 받았다. 만성 B형간염을 진단 받았을 때는 GOP, GDP 수치가 228, 417까지 올라 병원 두 곳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소견을 받았다. 대학병원을 다니며 식단을 자연치유식으로 바꿨다. 아침에는 녹즙 위주의 식사를 했으며 출근 전에는 미나리즙을 매일 먹었다. 나머지 식사는 청국장 위주의 한식을 먹었다.
임파선암, 간암을 진단 받았을 때에도 병원 치료와 함께 ‘자연식’과 ‘틈만 나면 걷기’를 했는데,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 간암 수술로 입원했을 때에는 회사 임원이 됐던 때라 더욱 회사에 누를 끼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술 받은지 5일 만에 퇴원했고 그로부터 4일 후 복대를 2개 하고 출근했다. 꼭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수술 후에도 계속 누워있지 않고 처음에는 다섯 걸음, 그 다음에는 열 걸음으로 늘려가며 꾸준히 걸었다. 간호사는 그런 나를 보며 빨리 회복할 줄 알았다고 말했는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꾸준히 걷기 연습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암으로 인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 삶에 불쑥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던 치명적 질병은 내 몸을 한동안 아프게 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생 선물을 남기고 갔다. 내 책에 더 자세하게 적었지만, 소소한 일상과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체감하고 나의 생활패턴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 나만의 식사법이 있다. 매일 아침 고구마, 감자, 계란, 양파, 당근, 그리고 토마토를 먹는데, 고구마와 감자는 꼭 먹는다. 간식도 거의 먹지 않고 나머지 식사도 거의 한식 위주로 먹는다. 예전에는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면 지금은 시계추가 된 듯 철저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암투병 등 각종 어려움으로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분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신다면.
“암이 왔을 때, 왜 내가 암에 걸리게 됐는지 한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한다. 암 뿐 아니라 다른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도 생각해보면 다 이유가 있었다. 재수를 할 때에는 계속 친구네 집에서 자느라 질 좋은 수면이 어려웠다. 임파선암이 걸리기 전에는 일을 너무 많이 했고 세상의 즐거움에도 빠져 있었다.
암 진단을 받았다면 너무 놀라지 마시고 지금까지 자신의 생활패턴을 돌아보며 조급함을 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일상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많이 걷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건강관리에 최선으로 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