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커뮤니티와 건강 상담 사이트 등에는 본인의 가족력과 유전 질환에 대해 묻는 글이 많다. 그런데 가족력과 유전 질환을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저희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증조할아버지도 간이 안 좋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럼 저도 간암이 유전 됐겠지요?" 같은 질문이다. 사실 질문 자체에 오류가 있다. 간암은 유전 되지 않는다. 다만 직계 가족이 간암을 앓았기 때문에 간 건강에 취약한 가족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력, 유전자와 생활습관 포함한 질병 가계도

가족력 질환과 유전 질환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력은 질병 가계도이며, 유전 질환은 특정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다. /픽사베이
가족력 질환과 유전 질환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족력은 질병 가계도이며, 유전 질환은 특정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다. /픽사베이

가족력이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의학적으로 가족력은 본인을 기준으로 유전자를 50% 이상 공유하는 부모·형제·자식 등 3대에 걸친 직계가족 또는 4대에 걸친 사촌 이내에 같은 질환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일 때를 말한다. 생활습관(흡연·음주 등)과 식생활, 직업 등을 포함한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소인을 통틀어서 말한다. 쉽게 말하면 혈연 관계를 타고 전해지는 질병의 기록이자, 가계도인 셈이다.

고혈압·당뇨병·위암·유방암은 '가족력 질환'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이 있다. 부모가 모두 고혈압일 경우,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50%나 된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제2형 당뇨병이면 자녀에게서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 약 10~30%다. 부모 모두 제2형 당뇨병이 있을 경우에는 자녀가 당뇨병을 앓을 가능성은 30~40%에 달한다.

암 중에서는 대장암, 유방암, 위암, 폐암, 갑상선암이 가족력이 있는 암으로 분류된다. 국제 암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암을 앓았을 경우, 자녀가 암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2~5배로 높았으며, 형제자매가 암을 앓았을 경우엔 암에 걸릴 확률이 2배에서 9배까지 증가했다.

암종별로 보면, 직계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2~3배로 높다. 특히 직계가족 중 폐경기 이전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으면 암 발생 위험이 최고 9배까지 높아진다. 대장암 환자의 10~30%는 가족성 대장암 환자다. 부모나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한 명 있으면 발병 위험은 2~3배나 증가한다. 대장암 환자가 두 명이면 4~6배로 크게 증가한다.

◇유전 질환, 특정 유전자 문제…다운증후군·혈우병 대표적

반면, 유전 질환은 특정 유전자 문제로 인해 발생되는 질환이다.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라 특정 유전자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되는 상태다. 따라서 유전자 이상의 전달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100%다. 유전 질환은 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병과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병으로 구분된다.

​유전 질환은 특정 유전자와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다. 대표적인 질환은 다운증후군과 혈우병, 터너증후군 등이 있다. /픽사베이
​유전 질환은 특정 유전자와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병이다. 대표적인 질환은 다운증후군과 혈우병, 터너증후군 등이 있다. /픽사베이

유전자 이상에 의한 유전 질환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헌팅턴병 ▲윌슨병▲혈우병 ▲파브리병 ▲근무력증 등이 대표적이다.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 질환은 생식세포 분열 과정에서 특정 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기거나, 염색체의 일정 부위가 손상돼 발생한다. 선천성 기형 중 대다수가 염색체 이상이다. 다운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야콥증후군 ▲터너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등이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 질환에 포함된다.

◇관리하면 예방되는 가족력...유전 질환은 예측할 수 있어

가족력 질환과 유전 질환은 치료법이나 예방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가족력 질환은 미리 정기 검진과 생활 관리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 가족력이 있다면 젊은 나이 때부터 1~2년에 한번씩 건강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암 예후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 조기 발견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도 식습관을 교정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해야 한다.

예방이 가능한 가족력 질환과 달리, 유전 질환은 현재로서는 예방과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다. 다만 사전 검사 등를 통해 유전 질환에 걸릴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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