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들어드릴게요." 한 마디... 20대 살렸다.

오늘 읽은 어느 기사의 제목입니다. 기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20대 청년이 있었는데, 한 경찰관이 달려가 이런 말을 하며 설득했답니다. "무슨 얘기든 다 들어드릴게요. 우린 이런 일 하라고 있는 사람입니다.” 결국 청년은 마음을 바꿨다고 합니다.

'얘기 들어주는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제 직업이 심리상담사인데요, 내담 고객을 만나 보면 너무 힘든 얘기를 자주 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못 견디겠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문제 만으로도 벅찬데, 다른 사람의 힘든 이야기까지 들어주려고 하니 듣는 것만으로도 괴로워 차라리 연을 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한다는 것이지요.

힘든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꼭 내가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털고 그저 들어주기만 하셔도 됩니다./ 캔서앤서 DB사진
힘든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꼭 내가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털고 그저 들어주기만 하셔도 됩니다./ 캔서앤서 DB사진

예전에 3대가 함께 살던 대가족 시대에는 조부모, 고모, 삼촌, 숙모도 함께 살았지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조건 손주 편을 들어주셨고, 고모나 숙모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 생긴 일을 시시콜콜 조잘거리다 보면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조언이든 해석이든 해주었지요.

그런 시간이 마음 치유의 시간이었는데, 조언이나 충고 덕분이기보다는 ‘그저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누군가를 붙잡고 얘기를 하다 보면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고 감정이 누그러지며, 입 밖으로 생각을 꺼내는 순간 고민하던 문제가 몸과 마음에서 나가버린 듯 객관화가 어느 정도는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고민하던 문제가 자신에게서 분리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지요.

나에게 힘든 얘기를 자주 하는 사람들이 부담스럽고 견디기 힘든 이유가 뭘까요? 심리상담사의 경험으로 보면, 그의 얘기를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되는데, 내가 뭔가 해답을 찾아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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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다른 사람의 문제까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저 들어주기만 할 뿐이지요. 그리고 그게 힘든 얘기를 털어놓고 싶어하는 상대방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들어주는 일에 관한 한 신(神)이 세계 최고의 전문가라고 믿습니다. 새벽마다, 혹은 기도를 할 때마다 신자들이 자신의 문제나 아픔, 혹은 바람을 기도라는 형식으로 털어놓습니다. 신은 아낌없이 그들의 사연, 하소연을 들어줍니다.

저도 언젠가 19일 동안 밥도 안 먹고 기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 마음이 그렇게 평안하고 감사로 넘쳐난 적이 없었습니다. 신은 그저 들어주기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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