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잘 받고 있던 2015년 2월, 나는 또 한 번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오른쪽 목에 생긴 혹이 없어지지 않아 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양성 종양이었지만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중에 침이 나오는 턱밑 샘도 떼어 냈는데, 신경이 손상돼 1년 정도는 입이 조금 비뚤어지고 말을 할 때 혀 짧은 소리가 나왔다. 맛도 제대로 못 느꼈다. 침이 적게 나오니 물을 많이 마셔도 입이 말랐다. 제대로 돌아오는 데 1년쯤 걸린 것 같다.

그리고 다시 1년여 뒤, 2016년 6월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한 쪽 가슴에서 뭐가 만져지는 것 같아서 위암 주치의에게 말하고 유방 외과 진료를 받았다. 왼쪽 겨드랑이 림프절에서 암 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2년 사이에 위암 수술, 목의 종양 수술, 그리고 유방암 수술…. 좌절하기보다는 오기가 생겼다. “나는 암이 잘 생기는 체질이야 뭐야?” 어떻게든 잘 넘길 수 있을 거라고 내 스스로에게 암시를 주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남편의 정보력이 큰 힘이 됐다. 남편은 암환우 카페를 뒤져 ○○○라는 약을 찾아냈다. 어떤 유방암 환자가 그 약을 쓰고 난 뒤 암이 사라졌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신약이었는데, 한 번 맞는데 460만원이나 되는 약을 6회 맞아야 했다.

주치의와 상의를 하니 “약 값이 비싸지만 원한다면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다니던 병원에서 그 약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3차 투여를 하고 CT와 MRI를 찍었더니 암의 크기가 4cm에서 2cm로 줄더니, 6차 투여 이후에는 0.4로 줄어서 눈으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유방의 암은 부분 절제할 수 있었다. 림프절은 어쩔 수 없이 다 잘라 냈지만, 불행 중 다행이었다.

2년 사이에 큰 수술 세 번에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36회)까지 받았으니 내 몸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으니까. 고용량 비타민C, 미슬토, 자닥신, 글루타치온 주사를 맞고 왕뜸 치료와 고압산소치료도 받았다. 왕뜸은 중증환자 보험을 처리해주는 한의원이 많지 않은데, 비용을 아끼려고 어떻게든 가능한 한의원을 찾아냈다. 거의 매일 족탕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르마늄 의자도 구입했다.

계피와 생강, 쑥, 익모초를 넣고 달인 물을 아침 저녁으로 마셨다. 비타민B군이 들어간 종합영양제와 동결건조 녹즙 가루를 물에 타 먹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꽤 오랜 기간 육식도 피했다. NK세포 활성도 검사 등을 통해 면역력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음식과 건강기능식품, 주사 등 신체 건강 유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했다. 몸이 많이 힘들 때면 암 요양병원에서 한 달 정도 머물렀다.

유방암 완치(완전관해)까지는 1년3개월이 남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몸은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있지만 암 발병 수준까지 상태가 나빠져 있다면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몸 기능을 회복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냥 보통 때처럼 생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사만 받지 말고, 단기간에 면역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통합의학 요법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 나는 주기적으로 암 요양병원에 가서 한 달 정도 지내다 오기도 한다. 근심 걱정을 줄이고 마음을 편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웃음보따리 정모에 빠지지 않는 것도 그 노력 중의 하나다.

저작권자 © 캔서앤서(cancer answe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