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데 네잎클로버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앗~!
누가 먼저 채 가기라로 할까봐 반사적으로 잎을 따고는 세상을 다 얻은듯한 미소를 지었지요.
‘세상에, 아직도 그걸 믿고 있니?’ 스스로에게 그렇게 물으면서도, 손가락은 네잎클로버를 꼭 잡고 있습니다. 이것도 타고난 재능이라면 재능인데 저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네잎클로버를 잘 발견했어요.
나폴레옹이 전쟁 중에 들에 핀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신기해서 허리를 구부려 주우려다 적의 총알을 피해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로 인해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지요.
저도 언제부터인가 의심 없이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라고 믿게 되었는데요, 자연스레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애쓰고 곧 잘 발견합니다. 네잎클로버를 따서 주변에 사람에게 행운을 주듯 선물하면 다들 좋아하구요.
6학년 때가 첫 기억인데, 입시를 앞둔 교회 오빠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오빠는 낙방을 했어요. 뭐지? 내가 행운을 주었는데?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그 담엔 프로포즈를 하러 나가는 대학 선배에게 코팅까지 해서 주며 응원을 했는데, 선배는 보기 좋게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5년 전 집 뒷산에서 네잎클로버를 뭉치(?)로 땄는데, 그 해가 내 일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가 되었습니다.
최근엔 여행을 갔다가 따온 네잎클로버를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그 친구에게 큰 프로젝트의 행운이 들어왔다가 산산히 부서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행운은커녕 불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죠.
물론 풀 하나가 무슨 작위적인 힘이 있으랴마는, 재미 삼아서라도 한번쯤 맞아주면 좋으련만, 반대로만 흘러가니 더 이상 그 풀을 특별히 여길 이유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산에 갔다가 또 그렇게 반갑게 네잎클로버를 따게 된 겁니다. 이게 뭐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하게 뇌리에 자리잡은 생각은 확신과 신념이 되어 합리적 사고를 거부하는 게 분명합니하다. 남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하고 증명해 보여도 일단 쓱~ 들어온 생각은 신념이 돼 버리면 여간해서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부정적 생각은 더 합니다. 부정적 사건은 인간의 생존에 관여하는 사건인데, 죽을뻔한 기억이기에 왠만해서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나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뇌의 친절한 기능이지요.
방송에서 자기 집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 반려견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반려견은 생후 3개월 때 집이 바람에 날려가는 사건을 겪었다고 견주는 말하더군요.
"그럼 그렇지…" 어떤 행동이든 그 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작은 강아지는 자기 집에서 죽을뻔한 사건을 겪은 후 ‘집에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고, 견주가 아무리 튼튼한 집을 지어주고 그 안에 삼겹살을 두며 유인해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강아지의 뇌가 강아지를 지키기 위해 만든 경고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우리 상담실에서 만난 무수한 부정적인 확신들의 주인공들이 떠올랐습니다.
" 나는 어쩔 수 없는 한심한 인간이에요."
"남자는 다 그렇지요 뭐."
"공부를 잘 하지 않으면 모두가 나를 미워할거야."
"어릴 때 가정환경이 안 좋았으니 나도 행복해질 수 없을 거에요."
"○○도 사람이랑은 절대 결혼해선 안돼요."
자신의 신념이나 확신이 사실인지 아닌지, 합리적인지 아닌지 점검해보는 게 행복의 첫 걸음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기분좋은 산행에 방해만 되는 네잎클로버를 길가에 살포시 내려놓았습니다.
‘그래! 행운과 행복은 돌연변이 풀이 아닌 노력과 마음이 만들어 내는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