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들어 부쩍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난생 처음 이석증이라는 생경한 병으로 심한 어지러움증도 겪었고 이런 저런 갱년기 증상으로, 그야말로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었지요.
할 일은 넘치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몸이 아파 제대로 하질 못하니 기분과 기운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뭘 해도 좋은 게 없고 표정이 펴지질 않을 정도가 되더라고요.
정신을 차리고 적극 치료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저기 알아보다가 용하다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먼저 인바디검사로 몸 상태를 측정하고 혈압, 스트레스 지수 등 기초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면담 과정에서 의사가 "우울이 높아요, 우울증이네요" 하는 말을 듣고 푹!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명색이 내가 심리상담사인데 우울증? 나, 그렇게 안 우울한데?’, ‘지금 아픈 거 빼면 비교적 참 괜찮은 편인데?’
뭐 이런 생각들이 동시에 들면서 새어 나온 웃음이었던 것 같아요. 정해진 치료를 순서대로 잘 받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우울증이라고?’
‘그래 맞을지도 몰라 나 우울해…’
‘기계가 얼마나 정확하겠어. 내가 몰라서 그렇지 많이 힘든거야.’
갑자기 기분 좋게 웃다가도 우울해야 하는 사람처럼 굳은 표정이 되는 겁니다. 사실, 제가 상담 중에 만난 많은 분 중에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더 심각해지는 경우를 봅니다.
사람은 좋은 얘기보다 안 좋은 얘기에 더 반응하는 부정 편향이 있습니다. 사람은 생존을 위해 안 좋은 것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부정 편향은 본능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 존 카시오프는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사건보다 부정적인 사건에 훨씬 더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러 번 들었던 칭찬보다 한 번 들었던 비난에 더 반응하고, 타인에 대한 소문도 미담보다는 뒷담화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심지어 부정적인 뉴스에 더 끌리고 가짜뉴스를 더 신뢰하기도 합니다.
부정 편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런데도 본능적으로 부정 편향을 보이다 보니 자동화 즉,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그래서!! 의도적으로 긍정적 사고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긍정적이 습관이 되겠지요?
불행도 습관이라고 했던가요? 행복을 습관으로 바꾸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