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애도의 계절 - 이태원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 장정희 마음치유전문가 < 전문가 칼럼 < 큐레이션기사 - 캔서앤서(cancer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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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희 마음치유전문가

애도의 계절 - 이태원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2022. 10. 31 by 장정희 기자

바싹 마른 몸으로 바람을 못 이겨 또르르 도로 위를 구르는 낙엽을 보며 주체 못할 아픔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나는 오늘 국회의사당에 열린 ‘상담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공동 토론회’에 와서 오른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이태원 핼러윈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며 또 주체 못할 아픔을 느끼고 있다.

그 둘의 아픔은 잃은 것에 대한 아픔이라는 닮음이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 소임을 다하고 나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떨어지는 게 낙엽이다. 즉 자연의 이치요 자연의 섭리다. 그러기에 누구도 가을 낙엽을 놀라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낙엽과 자신의 인생을 빗대어 반추해 보는 겸손함을 배우게 되고 그 형형색색에 아름다움의 감탄도 주저 않는다.

 

그러나, 핼러윈 희생자들은 다르고 다르고 다르다!!! 이치와 섭리를 거스르고 부자연스럽고 황망하다. 어느 날 느닷없이 악몽처럼 들려진 비보다.

마음치유의 영역에서 ‘애도 상담’ 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쩌면 잃은 것에 대한 아픔과 슬픔이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얻게 되는 고통을 다루는 게 심리상담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신감을 잃은 이, 사랑하는 대상을 잃은 이, 꿈과 희망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이, 그래서 평범함과 일상을 잃은 이들의 치유 공간이니 말이다.

애도는 아주 고통스러운 노동이다. "그냥 잊어라", "세월이 약이다", "슬퍼하지 말고 나가서 신나는 일을 찾아보자"라 하고, 심지어 "이젠 그만 울어라"라고 하는 건 애도를 방해할 뿐이다.

아파하고 슬퍼하고 엉엉 울고 기억하고 또 아파하고 펑펑 울며, 가고 없는 이의 옷자락이라도 만지며 꺼이꺼이 충분히 울면서 추억을 이야기하고 흐느껴 망자와의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 나가는 게 애도다. 그 힘겨운 노동이 애도이다.

"그래 이젠 잘 가, 그동안 내 사랑이어서 참 고마웠다!" 하며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다하지 못한 애도는 언젠가 우리의 삶을 방해한다.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책단 발행)이라는 책을 펴낸 맹정현 박사는 "어떻게 제대로 잃어버릴 것인가" 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태원에서 유명을 달리한 154명의 아까운 젊은이들을 애도한다. “말도 안 된다”며 부정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라고 분노도 하며, “너무 안타깝지만 일어나서는 안될 사고였다”고 타협도 해보고, 한 사람 한 사람 사연을 접할 때마다 그들 가족의 마음으로 충분히 슬퍼도 할 것이다. 이 모든 아픔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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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2022-10-31 14:30:54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다르고 다르고 다르고 또 다른, 이 안타까운 비극을 견뎌낼 수 있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