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는 날이면 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듭니니다.
오늘도 음식 하나를 만들었는데요, 이름이 깁니다. ‘돼지목살 가지볶음 두부면 요리’.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일렬로 세워 놓고 구상한 것입니다.
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너무 맛있는 거예요. 어느 세계적 미술랭 요리사가 만든 음식에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맛이었습니다. 보기에 예쁘지 않고 특별한 식재료도 아니지만 정말 역대급이었습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은 뒤 ‘다음에 또 해먹어야지’ 생각하는 순간 현타가 왔습니다. 레시피를 적어놓지 않았거든요. 그냥 느낌대로 손 가는대로 볶다가 냉장고에 남아 있던 양념과 소스를 이것 저것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똑같이 재현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일 방법도 다시 맛볼 수 있는 방법도 없음에 큰 아쉬움이 몰려 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이 이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좋았던 순간이라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그 순간과 똑 같은 행복과 기쁨은 다시 오지 못한다는 거지요.
우리에게는 기쁘고 즐거웠던 순간을 계속 지속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지속성의 본능이지요. 어떤 감정이든 지속되면 그 감정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바로 그것, 지속되길 바라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마음이 현재 나의 마음을 괴롭히고 행복을 방해하지요.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과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됐습니다. 이 사람과 이렇게 영원히 행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을 하는 게 고통이니까요.
오늘 내가 만들어 먹은 음식이 맛있었다면 또 그걸로 된 겁니다. 굳이 누구에게 증명하려 하거나 불가능한데도 똑 같은 음식을 다시 먹으려고 하지 말자는 겁니다.
어찌 될 지 모르는 미래의 걱정을 가불해 쓰면서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면 ‘마음 통장’은 늘 가불 상태이니 건강할 수 없습니다. .
저는 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앉아 그 자리에서 다음 끼니를 걱정합니다. 만족함이 없는 거지요. 만족이라는 한자 ‘찰 만(滿)’, ‘발 족(足)’을 보면 ‘발이 담길 정도’라는 뜻인데, 우리는 만족하지 못하고 온몸이 차기를 원하며 또 그렇게 내일도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발도 못 담그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만족한 마음은 온 몸을 담그지 않아도 발만 담가도 되는 것이라는 것이지요.
“아! 오늘 음식 참 맛있었다.”
그것으로 끝!!!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