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 아픈데, 병원에 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신경성’이라는 병명을 붙여주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을 때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사실 배가 진짜 아픈 겁니다. “배 아프면 학교 가지마라"고 하면 바로 괜찮아져 나가 노는 아이를 보고 “꾀병”이었다며, “학교 가기 싫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랍니다.
학교가 가기 싫어 배가 아팠는데, 학교에 가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 같은 것이 해결되니 금방 안 아파져 나가 노는 겁니다. 만약 그게 거짓말이었다면 의심받지 않기 위해 좀 더 아픈 척을 했겠지요?
꾀병도 병이랍니다. 마음의 병!
누군가 등 뒤에서 자신의 과거를 놓고 수근거린다는 생각에 등에 열이 나는 병을 앓고 계신 분이 있었습니다. 막 말을 배우던 어린 시절, 말문이 터져 신나게 말하고 있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부지깽이로 치며 “조용히 하라”고 소리친 뒤 실어증이 걸린 이도 있었습니다. 자궁에 종양이 많고 계속 생겨나는 것을 보고 산부인과 의사가 심리상담을 권유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서양은 심신이원론을 주장하지만 동양은 늘 심신일원론을 주장해 왔지요.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거리며, 머리가 무겁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만큼 에너지가 없는 상태. 몸에 억눌러 놓은 화가 해결이 안돼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 덩어리는 거대한 에너지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몸에 유기적으로 서로 작용하는 것인만큼 마음의 병이 몸으로 오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심리상담을 할 때, 보통 첫 상담 후 "오늘 어떠셨냐?"는 질문을 합니다. 내담 고객 대부분이 “일단 내 얘기를 하니 속이 시원합니다"라고 말씀합니다. 화(火)든 트라우마든, 또 갈등이든 풀어내지 않으면 몸까지 공격합니다.
몸이 있어 병이 있듯이 마음이 있으니 마음의 병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