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강박증이 심한 30대 남성의 호소에 대한 내 대답은... < 장정희 마음치유전문가 < 전문가 칼럼 < 큐레이션기사 - 캔서앤서(cancer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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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희 마음치유전문가

강박증이 심한 30대 남성의 호소에 대한 내 대답은...

2021. 09. 30 by 장정희 기자

대부분의 삶의 조건(상황)이 좋아 보이는 30대 초반의 청년이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심리상담을 다닙니다. 부모님은 모두 건강하시고 가족 분위기는 화목합니다. 아버지는 아직 현직에 계시다고 하며, 이 청년 역시 온라인 게임 개발 회사에서 인정을 받으며 높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공무원인 예쁜 여자 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고 외모도 아주 수려합니다. 반려견도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이냐고요? 바로 불안, 강박이 문제입니다.

그는 저에게 자신의 걱정을 쏟아 놓습니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게티이미지뱅크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연세가 드신 뒤에 이혼하시는 황혼이혼이 많다는데, 우리 부모님이 그렇게 되면 어쩌죠?"

"아버지가 명퇴를 당하시면 충격을 받으실텐데 큰일입니다."

"제가 입사 초기엔 아주 재미나게 열심히 일했는데 6년이 지나고 나니 할 일만 하게 되고 뭘 찾아서 안 하게 돼요. 가끔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이러다 짤리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내가 회사에서 짤리면 실업자가 되고, 저는 게임만 할 거고 여자친구는 더 이상 참지 못해 저를 떠나겠지요? 그럼 저는 폐인이 되어...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정말 큰 일입니다."

"우리 쪼미(반려견 이름)가 저렇게 귀여운데 죽으면 어쩌죠? 강아지들은 15년 정도 산다는 데 벌써 네 살이니. 어휴 10년 밖에 안 남았네요. 쪼미가 죽으면 저는 산책도 제 때 못 시켜주고 같이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릴 거에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큰일입니다."

"여자 친구를 만나는 게 가끔은 너무 귀찮아요. 저 나쁜 놈 맞죠? 4년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잘해줬는데 조금만 표정이 안 좋아도 별 생각이 다 들고 긴장하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가끔 운동을 빼먹으니 한심합니다. 왜 저는 이렇게 게으를까요? 시간을 너무 허송세월 하는 것 같아요. 나란 놈, 한심해 죽겠네요."

"요즘 저희 또래 중 재테크를 잘 해서 부자가 된 친구가 많은데, 저는 꼬박꼬박 월급만 모으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왜 이렇게 무능한지 모르겠어요."

"매달 책을 4권씩 읽겠다고 연초에 다짐했는데 겨우 한 두 권, 그것도 억지로... 쉴새 없이 자기개발을 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살다가 정말 노숙자가 되겠어요. 진짜 큰일입니다."

끊임없이 이런 생각과 걱정을 하고 있으니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낄 수밖에 없지요. 끝이 없는 걱정이 걱정됩니다. 모든 걸 통제하려고 하는 '완벽강박'의 문제이지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미래까지 통제하려고 하는 겁니다.

너무 완벽해서 흠 하나 없는데도, 혹시 생길지 모를 흠을 걱정하며 주변의 모든 사람과 상황을 ‘큰일 날 꺼리' 즉, 불행의 소재로 삼습니다. 마치 불행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걱정도 팔자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물론 기질적으로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지만, 지나친 걱정은 팔자가 아니라 심리적 질병입니다. 이런 강박에 걸리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불안은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에 놓여 있는 전쟁터와 같은데,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산다는 것은 삶을 누리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할 고행이 되는 겁니다. 사실은 위험하거나 부족한 면이 하나도 없는데, 스스로 ‘완벽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거지요.

사실 너무 잘 살고 싶은 마음이 그 강박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많은 나쁜 것들이 잘 사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거지요.

이럴 때 해답은 하나입니다. 바로 기꺼이 피해를 감수해도 괜찮다는 태도입니다.

"그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물론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완벽은 나의 몫이 아니야 신의 몫이야. 나도 사람인데 가끔 넘어질 때가 있는거야.”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만약 일어난다면 그때 가서 깨부수고 오늘은 누리고 즐기는 거야.”

걱정이 떠오를 때마다 이렇게 말해보는 겁니다.

※ 위 글 중 상담 내용은 내담 고객의 허락을 받아 상담 내용 일부를 바꿔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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