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암 치료는 미로의 길...치밀한 출구 전략이 필요한 이유 < 홍헌표 라이프코치 < 전문가 칼럼 < 큐레이션기사 - 캔서앤서(cancer answer)

상단영역

본문영역

홍헌표 라이프코치

암 치료는 미로의 길...치밀한 출구 전략이 필요한 이유

2020. 09. 12 by 홍헌표 기자

어제 KBS 라디오 ‘정관용의 지금, 이사람’이 방송됐다. 2주전 녹음한 내용인데, 다시 들으니 아쉬움이 좀 남는다. 지난 6월에 에세이 <웃음보따里에서 띄우는 행복편지> 출간을 계기로 마련된 인터뷰인데, 웃음의 면역효과와 웃음보따리, 나의 대장암 투병 체험, 암 치료, 내가 발행하고 있는 암전문언론 캔서앤서, 코로나 19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30분이 3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정관용 교수는 ‘비장한 웃음’이라는 표현을 썼다. 투병 중인 암환자가 면역력을 높여 조금이라도 암 완치에 되도록 웃는 웃음에 즉석으로 붙인 수식어다. ‘암’ 진단을 받으면 고통, 죽음 같은 단어부터 떠올릴 만큼 근심 걱정이 크고 우울한데, 웃어야 하니 비장할 수 밖에 없다.

나도 ‘비장한 웃음’이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한 달만 꾸준히 웃어서 습관이 되면 행복과 희망을 주는 웃음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체험했고, 우리 웃음보따리의 수많은 회원들이 경험하고 있다. 암 환우가 아니라면 그의 웃음은 더더욱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최근 암 진단을 받고 나서 이런 저런 경로로 내게 상담을 해오는 환자들이 많다. 나는 늘 같은 말을 반복하는데, 내 조언이 그들의 투병 과정에 녹아 들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진단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암 완치의 길은 미로와 비슷하다. 미로에 들어서기 전부터 치밀하게 출구 전략을 세워서 들어가야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암 완치의 길은 미로와 비슷하다. 미로에 들어서기 전부터 치밀하게 출구 전략을 세워서 들어가야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암 치료는 미로를 빠져 나가는 지난한 작업과 비슷하다. 일단 들어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할 수 밖에 없는 미로를 생각해보라.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느닷없이 암 진단을 받으면 어찌 할 바를 모른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의사에게서 설명을 듣고 그의 지시대로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이미 미로의 어디쯤 가 있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현대의 의학이, 그리고 의료 전문가들이 미로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똑 떨어지는 출구를 알려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들의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암 치료의 현 수준이 그런 것이다.

조기에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 나왔고, 우리 나라 의료진의 암수술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암을 치료하는 약물도 화학항암제, 표적항암제를 지나 면역항암제로 발전했고, 치료 효과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래도 표준 암치료만으로는 완치를 보장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6월 출간한 는 암을 통해 터득한 웃음과 행복의 비결을 적어내려간 에세이다.  
지난 6월 출간한 <웃음보따里에서 띄우는 행복편지>는 암을 통해 터득한 웃음과 행복의 비결을 적어내려간 에세이다.  

결국 의학의 도움은 최대한 받으면서 환자 스스로 완치 전략을 실천하는 치밀함을 갖춰야 한다. 암 치료라는 미로에 진입하기 전에 ‘완치’라는 출구로 가는 최적의 코스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병원 치료는 어떻게 받을 것이며, 일상 생활에서 치료 부작용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암 완치의 핵심 요소인 면역력은 어떻게 높일 것인지, 그저 열심히 살기만 했던 삶은 어떻게 리셋 할 것인 것 ‘작전’을 짜는 게 필요하다. 치밀하게 작전을 짜도 막상 미로에 들어서면 우왕좌왕 할 것인데, 그것도 없이 무작정 들어섰다간 미로 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게 될 수 있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암내편(암을 내편으로 만드는) 코칭’은 미로 탈출(암완치) 전략을 함께 세워환자가 출구를 잘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게 목표다. 비장한 웃음을 행복한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결단력과 잠시 멈춰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지혜와 냉정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국은 미로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