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외로움을 많이 탑니다.
공중화장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는데요. "엄마~. 거기 있어?" 화장실 안에서 혼자 용변을 보는 동안 ‘혹시 엄마가 어디라도 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수시로 확인하는 아이의 외침 입니다. 장난 삼아 엄마가 대답을 안하고 숨죽이고 있으면 아이는 이내 울어 버리고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오지요. 일을 보다말고요.
‘대상 영속성’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특수교육학 용어로 ‘사물이나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능력을 뜻합니다. 발달 단계로 보면 생후 10개월 즈음부터 아이는 대상 영속성을 갖게 됩니다.
갓난아이들과 하는 ‘까꿍 놀이’가 있지요. 엄마가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면 아이는 갑자기 엄마가 없어진 줄 알고 놀라서 입을 삐죽거리며 울어버립니다. 엄마가 손을 치우면서 “까꿍” 하고 얼굴을 보이면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좋아하죠. 이걸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엄마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엄마와 독립된 개체임을 알게 되는 좋은 놀이지요.
그런데 이런 건강한 분리가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되지 않아, 늘 누군가와 같이 하려고 하는 게 ‘의존’입니다. 같이 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여도 괜찮은 게 건강한 심리상태라 볼 수 있는데요, 의존은 ‘혼자’를 못 견딥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나는 지금 회사에 나와 일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집에는 아내가 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부모님은 고향에 잘 계심을 안다’라고 생각하며 일상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가족이 안녕한지 불안해 하며 수시로 체크하거나, 자기 옆에 누군가 없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리적 의존성이 심각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가끔 ‘혼자’를 즐겨볼 일입니다. 혼자 산책을 하고 혼자 쇼핑을 하고, 혼자 사우나 여행을 다니면서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어 외롭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자 제 위치에서 빛나는 삶을 살고 있음을 믿는 겁니다. 언젠가 기쁘게 만나 서로 즐기고 또 떨어져 각자의 삶을 즐기는 모습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따로 또 같이!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사랑은 시공을 넉넉히 넘어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