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라일락이라는 예쁜 꽃이 있다. 섬세한 자주색 꽃잎이 특징이다. '갈레가 오피키날리스'라는 학명이 붙은 이 꽃은 구아니딘이라는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수백년전부터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프랑스에는 지천으로 깔려 있는 흔한 식물이다. 

구아니딘은 사람의 소변에도 들어 있는데, 단백질 대사가 잘 이뤄지는지 알려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1920년대 의사들은 구아디닌을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약으로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950년대 중반 프랑스 라일락 추출물이 2형 당뇨병(몸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아 생기는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요즘 메트포르민(Metformin)으로 불린다. 

그런데 <노화의 종말>을 쓴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왜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을 항노화, 활력 연장에 도움을 주는 약으로 주목한 것일까?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되어 온 프랑스라일락. 이 꽃에서 추출된 구아니딘 계열의 성분이 바로 당뇨병 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메트포르민이다.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되어 온 프랑스라일락. 이 꽃에서 추출된 구아니딘 계열의 성분이 바로 당뇨병 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메트포르민이다.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 활력 연장 효과 뚜렷

싱클레어 교수는 당뇨병 때문에 메트포르민을 먹은 사람들이 당뇨병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눈에 띄게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국립보건원에서는 생쥐에게 메트포르민을 아주 낮은 용량부터 먹이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생쥐의 수명이 거의 6%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으로 치면 5년 더 건강하게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메트포르민을 먹은 생쥐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신체 능력도 향상됐다. 

연구가 쌓일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과 입증 자료는 확실해 보였다. 설치류에게 투여한 연구 26건 중 25건에서 암 발생이 억제되었다는 결과를 얻었다. 싱클레어 교수의 하버드 연구팀에서 직접 실험한 결과, 메트포르민은 암세포 대사를 억제하고, 미토콘드리아 활성을 증진시키고, 잘못 접힌 단백질을 없애는 등의 다른 유익한 효과들을 일으킨다.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메트포르민이 활력 증진, 항암효과 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인체 적용을 위한 실험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당뇨병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혈액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 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메트포르민이 활력 증진, 항암효과 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인체 적용을 위한 실험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당뇨병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혈액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 게티이미지뱅크

항노화 효과 메트포르민, 항암-수명연장 효과도

68~81세의 메트포르민 복용자 4만1000여명을 조사한 하버드대 연구진은 메트포르민이 치매, 심혈관질환, 암, 노쇠, 우울증의 확률을 상당 수준 낮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노쇠한 상태에서 9년 동안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집단을 조사해 보니, 치매는 4%, 우울증은 16%, 심혈관질환은 19%, 노쇠는 24%, 암은 4% 낮아졌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모든 암이 억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폐암, 결장암, 췌장암, 유방암 등 여러 암에서 최대 40%까지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같은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는 25건이 넘는다.

싱클레어 교수는 메트포르민이 항암 효과는 물론이고 90세 이후 암으로 죽을 가능성을 현저히 낮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약을 많이 먹어야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850mg 용량의 알약 하나를 먹은 뒤 일주일 이내에, 때로는 10시간만에 혈구의 DNA 메틸화 나이가 역전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다양한 메타포르민 계열의 의약품들.
다양한 메타포르민 계열의 의약품들.

국내 메트포르민 의약품 600종 이상

하지만 메트포르민은 대다수 국가에서 당뇨병 치료제로만 처방하고 있다. 항노화 약으로 쓰지 않고 있으며, 싱클레어 교수는 "의사들이 노화를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알약 하나로 노화에 맞설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메트포르민 관련 의약품은 600종이 넘는다. 최초의 메트포르민 의약품은 1959년 출시된 머크의 ‘글루코파지’다. 국내에서는 1985년 대웅제약의 ‘다이아벡스’를 시작으로 단일제와 복합제들이 쏟아졌다. 올해 5월엔 국내제조 메트포르민 의약품의 일부에서 발암물질이 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돼 제조 및 판매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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