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에서 친한 사람과 여행을 가서 싸우고 돌아온 사연이 주제가 적이 있다. 참석자 대부분이 그런 경험이 있다며 앞다퉈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아유 말을 마셔요, 나는 남편의 형제 부부와 해외여행을 갔다가 지금은 서로 왕래도 하고 산다니까요!"

"저는 절친 둘을 여행 다녀와서 차례로 잃었어요."

여행을 함께 다녀온 뒤 크게 싸우고 헤어졌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유가 뭘까?
여행을 함께 다녀온 뒤 크게 싸우고 헤어졌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유가 뭘까?

" 딸은 남자친구와 여행 다녀와서 헤어졌는데 ..."

독일 속담에 "친구를 잃으려면 돈을 빌려주라"라는 말이 있다는데 "친구를 잃으려면 같이 여행을 가라"라는 말을 가지 추가해야 모양이다.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 김명철은 <여행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여행에서 싸우고 돌아오는 여행 동반자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의 영향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의 목적 , 여행 스타일(관광형, 휴식형, 일탈형 등)이 다른데다 여행 내내 붙어 있다 보면 사람에 갇힌 듯한 답답함이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여행지라는 생소함에서 오는 긴장감과 예민함이 보태지면 여행지가 아니라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것들도 짜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행복해야 할 여행을 동반자 때문에 망치지 않는 방법이 있다.
행복해야 할 여행을 동반자 때문에 망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여러 책과 개인적 경험을 종합해보니 행복한 여행을 동반자 때문에 망치지 않을 있는 방법이 있을 같다. 정리해보니 5가지 정도 원칙이 나온다.

첫째, 여행의 목적과 스타일에 대해 여행을 떠나기 충분히 대화를 나눠 상대방를 이해한다. 아무리 친해도 여행은 다른 국면임을 서로 알아야 한다.

둘째, 상대방을 인정하는 마음을 갖는다. 여행에서 상대방이 얻고자 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같이 한다. 상대가 내게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 때는 상대 혼자 하게끔 도와준다.

셋째, 욕구도 명확히 표현하고 인정해달라고 요청한다. 본인의 여행 목표를 분명히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요청한다. 말도 않고 그냥 '알아 주겠거니' 하는 것은 금물이다.

넷째, 관리, 일정 관리와 같은 역할은 균등하게 나누고,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싸우지 않기' 같은 규칙을 정한다.

다섯째, 아무리 화가 나도 여행지에서는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기록만 해두자. 돌아와서도 곧바로 이야기하지 말고 시간이 지나 감정이 차분해졌을 이야기한다. 사실 그때쯤이면 이미 풀려서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사실 여행은 자기 자신을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자신만 생각하기에도 벅찬 오랜 소망의 결실인 것이다. 기대에 부푼만큼 그것이 좌절됐을 때 상심과 원망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소한 감정 싸움으로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여행지에서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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