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통해 전염된다는 이유로 ‘키스병’으로 불리는 전염성 단핵구증의 주요 원인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다. EBV는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바이러스인데, 감염을 예방하는 특별한 방법은 없지만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큰 증상 없이 지나간다.

최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안나 셰르바코바가 EBV 감염으로 인한 단핵구증에 걸린 사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염성 단핵구증은 고열, 전신피로, 인후통 등 급성 편도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침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키스병으로 불리는 전염성 단핵구증의 원인이 되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위암 환자의 10%에게 발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게티이미지뱅크
침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키스병으로 불리는 전염성 단핵구증의 원인이 되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가 위암 환자의 10%에게 발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게티이미지뱅크

EBV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위암, 인두암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제1 저자 김지현 전임의)의 연구에 따르면 위암 환자의 약 10%에게서 EBV가 발견된다. 위암 세포의 분자적 특성을 구분하는 4가지 기준 중 하나가 EBV 유무라는 것이다.

김나영 교수 연구팀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양성 위암의 특성을 규명하고, 성별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에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4587명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분석 결과, 남성 위암 환자의 13.3%가 EBV 양성 위암인 반면 여성 위암 환자 중EBV 양성은 3.3%에 불과했다. 위암 자체가 남성에게 많기 때문에 총 환자 수는 남성이 약 1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EBV 양성 위암은 다른 위암에 비해 분화도가 낮은 특징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분화도가 낮을수록 침윤이 깊고 조직 형태의 구분이 어려워 미만형(점막 아래 퍼지는 형태의 암)으로 분류되면서 예후가 안 좋은 것으로 예측되지만, EBV 위암은 오히려 전체적인 생존율이 일반 위암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는 남성에만 해당하는 사항으로 밝혀졌다. 남성에서 EBV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0.8%로, 그 외의 위암이 85.3%인 것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지만, 여성은 EBV 유무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EBV 위암에 대한 면역체계의 남녀 차이와 관계가 깊다고 추정한다. 즉 여성은 에스트로젠 등 성호르몬으로 인해 면역기능이 전반적으로 높아 EBV 양성 위암 발병률 자체가 낮지만 발생 시에는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남성은 EBV 양성 위암의 발생률은 높지만 전이가 잘 안되며 생존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나영 교수는 “분화도가 낮은 미만형 점막하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라도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남성 EBV 양성 조기위암이라면 부담이 큰 위절제술 대신 내시경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근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위암(Gastric Cancer)’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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