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의 스승' 오인환 감독이 말하는 달리기 자세

골프를 배울 때 2가지 방법이 있다고들 한다. 하나는 과학적 원리에 입각한 스윙 이론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윙을 해보라고 한 뒤 그 스윙 폼에 맞는 교육 방법을 정해 스윙을 가르치는 것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한다더라, 한국에서는 이렇게 한다더라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배우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둘 다 중요하다. 원칙과 이론을 알고 시작하되 자연스런 자신의 상태와 맞춰 수정해가면서 익힌다면 흥미도 잃지 않고, 폼이 무너진 무원칙의 플레이를 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달리기에 대해서도 많은 이론이 있다. 특히 착지법과 보폭에 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고 할만큼 다른 입장이 분명하다. 

한국 마라톤 코칭의 대표적인 인물로 이봉주 선수의 스승으로 유명한 오인환 감독의 글을 중심으로 한국인에게 적합한 현실적 달리기 자세를 정리해본다. 기본자료가 된 글은 오 감독의 책 <오인환이 말하는 마라토너 이봉주>(은행나무 2004년 발행)의 부록으로 쓴 '마라톤 이야기'다.

자신에게 맞는 자세가 가장 좋은 자세이지만, 최소한의 원칙은 있다. 약 20m 전방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팔을 L자로 구부리고 상체를 약간 숙이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에게 맞는 자세가 가장 좋은 자세이지만, 최소한의 원칙은 있다. 약 20m 전방을 자연스럽게 보면서 팔을 L자로 구부리고 상체를 약간 숙이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에게 맞는 자세 개발하기

전설적인 마라토너 에밀 자토펙은 다른 사람들이 뛰는 방식과는 아주 다르게, 팔의 스윙과 어깨와 등허리 자세가 제멋대로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기록으로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맞는 자세가 원리원칙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자주 거론되는 대목이다. 

프로선수들은 자신 만의 비결이 있다. 이봉주 선수도 그렇고, 다른 이들도 그렇다. 그러나 보통사람들, 어떤 달리기라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안전하고 적합한 방법이 필요하다. 오인환 감독은 다음과 같은 5가지의 부드러운 원칙을 제시한다. 기억해 두면 모든 러너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특히 아직 달리기를 잘 모르지만 마라톤을 한 번 쯤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러너에게.

1. 약 20m 전방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편안한 자세가 좋다.

2. 어깨와 팔목의 힘을 최대한 빼고 팔이 L자가 되게 굽힌 다음, 자신의 두 엄지손가락이 앞가슴을 스치지 않도록 붙여 최대한 크게 뒤로 쳐준다.

3. 서 있을 때는 일자로 서 있지만 달릴 때는 상체를 약 5도 정도 숙이도록 한다. 

4. 골반에 중심을 둔 채 보폭은 허벅지를 이동시킨다는 느낌으로 무릎을 약간씩 들어주며 달린다. 

5. 발목은 공중에 뜰 때는 힘을 빼고 착지할 때는 발뒤축을 앞으로 뻗는다. 뒤꿈치 착지와 동시에 발바닥을 굴려서 앞꿈치로 튕겨주면 허리와 골반, 착지된 발의 무릎 오금이 펴지면서 앞으로 나가게 된다. 

아마추어 러너의 경우, 부상 위험도 적고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쇼트피치 보법이 좋다. 롱스트라이드에 익숙해진 사람은 맨발 달리기를 조금 해보면 짧은 보폭에 익숙해 질 수 있다.
아마추어 러너의 경우, 부상 위험도 적고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쇼트피치 보법이 좋다. 롱스트라이드에 익숙해진 사람은 맨발 달리기를 조금 해보면 짧은 보폭에 익숙해 질 수 있다.

짧은 보폭 vs 큰 보폭

아마추어 수준에서 달릴 때 속도를 높이려면 보폭을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보폭으로 걸음 수를 늘리는 쪽을 권장한다. 이 이론을 의식하면서 러닝머신(트레드밀)을 달리면, 속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발을 재게 놀리게 되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도로에서도 마찬가지. 

짧은 보폭은 쇼트피치이고 큰 보폭은 롱스트라이드라고 한다. 잰걸음, 학다리걸음이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쉽다. 프로선수들의 경우, 롱스트라이드여야 폭발적인 순발력과 스피드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뛸 수는 없다. 후반에 힘이 고갈되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하체가 짧은 아시아 선수들이 쇼트피치를 , 유럽 및 아프리카 선수들이 롱스트라이드를 애용해 왔다. 

요즘은 프로선수 세계에선 거의 롱스트라이드를 한다고 하지만, 아마추어 한국인의 경우라면, 부상위험이 적고 페이스 유지가 쉬운 쇼트피치가 좋다고 오 감독은 권장한다. 

넓은 보폭으로 껑충껑충 뛰는 게 습관이 되어 고치기 어렵다면, 가끔 맨발 달리기를 해보면 좋다. 저절로 발 근육이 자극을 받아 쇼트피치로 뛸 수밖에 없게 된다. 몇 센티미터의 보폭이 좋다고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어깨넓이보다는 조금 넓은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같은 보폭을 유지하면서 리듬을 탈 수 있는 짧은 보폭을 개발하는 것이 오래 편하게 잘 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발을 어디부터 착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직선을 뛰는 자세. 11자로 발을 놓아야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발을 어디부터 착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직선을 뛰는 자세. 11자로 발을 놓아야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착지방법, 일직선 달리기가 중요하다

착지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발뒤꿈치 착지냐, 앞쪽 착지냐의 문제. 대체로 보아 천천히 달릴 때는 뒤꿈치로 착지해 발다닥 전체를 용수철로 이용하고, 빨리 뛸 때는 앞쪽으로 착지해 발바닥 아치와 발가락의 힘을 최대한 이용한다. 기자의 경험으로는 둘을 적절히 섞어 달리면, 발의 피로도 줄이고 속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직선으로 뛰는 것도 착지 부위 못지않게 중요하다. 두 발을 11자로 놓고,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똑바로 나가는 것이다. 11자로 뛰면 처음엔 각각의 발이 앞으로 나가며 그 좌우 폭을 유지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1자의 직선상에 양발이 교차하며 딛게 된다. 안팎으로 발끝이 휜 8자 걸음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42.195km. 약 4만~5만보를 뛰는 길고 긴 여정으로 본다면, 한 발에서 1cm 차이가 난다면, 전체에서 400~500m는 차이로 커지게 된다. 

물론, 두 발이 똑바로 11자가 되지 않으면 발목의 압박감, 뒤틀림에 따른 부상 위험 등도 커지기 때문에 11자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일상에서 걸을 때도 자신의 발 자세를 한번씩 점검해 보자.

 자연스러운 자신의 자세를 찾는 것, 그것이 제대로 달리는 첫 걸음이다. 오인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마라톤에서는 자연스러움과 리듬이 중요하다. 사람마다 체형과 걸음걸이가 모두 틀린 탓에 일단 달리기 기본자세는 걷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조금씩 빨리 걷다가 자연스럽게 뒤는 동작으로 연결하면 바로 이것이 자신의 기본 폼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손동작이나 발의 착지, 골반 위치 등을 조금씩 고쳐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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