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발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쿠션 좋은 운동화를 찾는 시대에 거꾸로 신발을 벗어던졌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런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 우리 모두가 아는 전설적인 스토리가 있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전설적 러너다.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이 딴 첫 금메달로 아프리카의 영웅이 되었고, 1964년 도쿄 올림픽도 우승함으로써 최초의 마라톤 2연패 기록을 세운 아베베. 

에티오피아 출신의 아베베가 가난해서 신발 없이 맨발로 뛴 것은 아니다. 에티오피아 대표팀은 아디다스가 후원했지만 아베베는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해 딱 맞는 신발이 없었고, 감독과 협의 끝에 그냥 맨발로 뛰기로 했다. 그리고 금메달. 로마의 돌길은 맨발로 달리기 어려울 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산길 돌길에서 맨발 훈련을 해본 아베베에게는 오히려 신발보다 나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 경기 금메달을 딴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의 골인 장면.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 경기 금메달을 딴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의 골인 장면.

 

'진화의 결정체' 맨발의 우아함

맨발 달리기, 그것은 인간의 진화와 관계된 아주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는데, 그 중 4분의 1인 56개가 발에 있다. 발목뼈 발허리뼈 발가락뼈 등 한쪽에 26개씩, 56개다. 뼈가 많다는 것은 뼈 사이사이 작은 관절부위가 구성되어 있고, 그만큼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것. 우리가 생각하기에 발은 발가락을 제외하면 하나의 조직처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뼈와 관절, 근육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조직이다. 

이 대목에서, 발에 대한 유명한 명제가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체 해부도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이 르네상스의 거장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발은 예술 작품이며,

엔지니어링의 걸작이다.

The human foot is a work of art

and a 

masterpiece of engineering.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스케치한 건강한 발의 모습. 살아있는 발바닥 아치와 종아리 근육이 강인해 보인다. /Studies of the anatomy of the foot and calf Leonardo da Vinci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스케치한 건강한 발의 모습. 살아있는 발바닥 아치와 종아리 근육이 강인해 보인다. /Studies of the anatomy of the foot and calf Leonardo da Vinci

직립보행과 달리기 사냥을 진화의 방향으로 선택한 인류는 잘 뛰기 위한 발의 구조를 갖게 된다. 직립보행으로 인한 중력의 힘과 몸이 공중에 떴다 떨어지는 충격을 주는 달리기를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발'에 엄청나게 효과 좋은 완충기를 장착한 것. 

발의 아치는 '우주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물'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받게 되는 충격의 90% 안팎을 발목 아래, 즉 발에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연구결과다.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걸작 <본투런>은 아프리카 원주민의 맨발 달리기, 멕시코 원시부족의 폐 타이어 조각같은 신발을 신고 산악달리기 등 원시 인류의 흔적을 이야기하고, 현대 러너 중 맨발의 위대함을 발견한 사람들도 소개한다. 

그 중 한명 '맨발의 테드'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발 및 무릎 부상은 사람들이 신발을 신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신발은 발을 약하게 만들고 과도하게 내회전시키며 무릎에 문제를 야기한다. 나이키가 현대의 운동화를 발명한 1972년 전까지 사람들은 바닥이 아주 얇은 신발을 신고 달렸다. 그들의 발은 튼튼했고 무플 부상도 훨씬 더 적었다."

다양한 러닝슈즈들. 모든 운동화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나친 쿠션과 부드러움은 발목건강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운동화를 선택하면 좋겠다.
다양한 러닝슈즈들. 모든 운동화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나친 쿠션과 부드러움은 발목건강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운동화를 선택하면 좋겠다.

쿠션 좋은 운동화의 명암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운동화에 대한 반성론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현상은 몇몇 맨발 달리기 주자들에 의해 실증적으로 제기됐지만, 운동화를 제작한 나이키 같은 곳에서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스탠퍼드 대학 육상선수들이 맨발로 훈련할 때 속도도 더 빠르고 부상도 적은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실망한 나이키 측은 운동화에 지지대를 더 많이 넣어 '효능을 높인 러닝화'를 만들어 왔다. 결과는 마찬가지.

이런 과정을 거치며 결국 쿠션좋은 운동화가 오히려 발목 부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매년 러너의 65~80%가 부상당한다고 한다. 2~3년이면 거의 모든 러너가 부상을 당한다고 봐야 하는 숫자다. 스트레칭을 한다고 부상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방법은 강력한 발을 회복하는 것뿐이다. 

물론, 이미 몸이 너무 불어 있거나, 발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쿠션 좋은 운동화가 그나마 몸을 움직이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딱딱한 콘크리트 길, 산악과 같은 험한 길에서 발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오래 달리기의 측면에서 본다면, 혹은 본격적인 스포츠선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발이 갖는 원초적 힘을 갖추는 것이 우선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맨발로 달리도록 만들어졌다"

부드러운 운동화, 쿠션 좋은 운동화의 선구자인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장도 1986년, 이렇게 말했다. "부드러운 신발과 딱딱한 신발을 비교 실험했을 때 충격의 세기에 아무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다른 연구자는 "우리가  지금 신고 다니는 스포츠 신발은 너무 부드럽고 두껍다.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다면 신발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달리기 전문가와 신발 가게에서는 몇백 km를 뛰면 신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지만, 울트라 러너인 아서 뉴턴은 얇은 고무 운동화를 신고 4000 마일을 뛰었다고 한다. 마스터스 마라토너인 기자도 아주 얇은 바닥의 운동화를 몇년 째 신고 있다. 

미국 최고의 1마일 주자인 앨런 웹은 300mm의 평발을 갖고 있었는데, 맨발 달리기를 통해 발을 강화하면서 아치가 살아나고 발근육이 강해지면서 270~280mm를 신게 되었다. 그리고 1마일과 1500m에서 세계최고 기록을 작성했다(2007년).

신발은 충격이 아니라 고통을 막는다!

고통은 편안하게 달리는 법을 가르친다!

맨발로 달리는 순간부터

달리는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맨발 달리기를 하면서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해온, '맨발의 켄 밥'이 말한 '맨발의 선언문'이다. 많은 이들이 위의 이 말에서 고통스럽지만 놀라운 변신을 가져다 주는 맨발달리기에 대한 영감을 얻고 있다. 

 

발과 발목을 강화하는 운동으로 줄넘기, 종아리 마사지, 보수볼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둥근 반원 위에서 중심을 잡고 운동하는 보수볼 운동은 발목과 무릎 옆면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발과 발목을 강화하는 운동으로 줄넘기, 종아리 마사지, 보수볼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둥근 반원 위에서 중심을 잡고 운동하는 보수볼 운동은 발목과 무릎 옆면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발과 발목을 강화하는 운동법

운동화와 맨발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무수히 많다. 근래 들어서는 문제점을 인정한 거대 메이커들이 선수 맞춤용으로 간편한 운동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한 운동팀 전체를 대상으로 실험도 진행한다. 

결론은 인체의 본연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실제로 성적도 좋아지고, 선수의 안전도 보호할 수 있다. 최근 마라톤 선수 중 맨발로 뛰는 것 같은 착지법, 앞발끝 달리기를 택해 기록을 개선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이미 우리의 발과 발목이 약해져 있다는 것. 그러니 조금만 뛰어도 무릎 관절이 아프고, 근육통에 심장 부담까지 골고루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달리고자 하는 사람이 어떻게 발 건강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맨발달리기를 목표로 잡자. 그런데 현실 속에서는 어려우니 마음만 그렇게 먹고 발목과 발을 강화하자. 가장 좋은 방법은 줄넘기다. 발 앞끝으로 착지하면서 수많은 발가락 관절들을 자극하고, 발목의 아치가 살아나며, 발목 근육이 강화된다. 

단거리 달리기를 가끔 해주는 것도 좋다. 단거리는 딱딱한 바닥의 신발을 신고, 앞끝으로 착지하는 주법을 쓰기 때문에 저절로 발바닥 운동이 된다. 

헬스클럽에서 보수볼(BOSU ball)을 사용해 중심을 잡는 훈련을 하는 것도 좋다. 이 운동은 다른 것과 달리 발목의 좌우근육, 무릎의 좌우근육을 발달시켜준다. 따라서 관절을 보호하면서 발목의 힘을 기르는데 좋은 운동이다. 

직접 맨발달리기를 하면서 맨발달리기 전도사를 자임하는 백우진 씨의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
직접 맨발달리기를 하면서 맨발달리기 전도사를 자임하는 백우진 씨의 책 '나는 달린다, 맨발로'.

 

자, 이제 발목 힘이 살아나는가? 발바닥의 아치에 탄력이 생겼다고 느껴지는가? 발가락이 죽어있다가 활력을 찾았다는 느낌이 생기는가? 그렇다면, 우리 몸 안의 원시적 힘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진화의 신비가 살아있는 체험, 즉 달리기를 제대로 즐길 준비가 된 것이다. 

실제로 맨발로 뛰고 있는 백우진의 달리기 요령을, 달리기를 해보고 싶어하는 <캔서앤서> 독자들에게 전한다. 

"나는 신발 산업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났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 다섯 가지다. 첫째, 달릴 때 러닝화가 꼭 필요한 게 아니다. 맨발로 거뜬히, 더 잘,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둘째, 맨발 달리기는 신발 신고 달리기에 비해 좋은 점이 많다. 셋째, 지금과 같은 러닝화는 오히려 잘 달리기를 가로 막는다. 넷째, 발을 최소한으로만 보호하는 러닝화가 나와야 한다. 다섯째, 그런 러닝화가 아니라도 간단히 만든 샌들이나 덧버선을 신고 뛰어도 좋다." (백우진 저 '나는 달린다, 맨발로' 필맥 발행,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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