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에 이어 제4세대 항암제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 항암제가 있다. 바로 대사항암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빠르게 분열, 증식한다는 점을 감안해 빨리 성장하는 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항암제다.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암세포처럼 빨리 성장하는 정상세포(골수세포, 위점막세포, 모근세포)도 공격한다. 백혈구 감소, 탈모,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유전전 특성을 분석,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고안된 항암제다.부작용은 줄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성으로 인해 치료효과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3세대 항암제로 나온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잘 공격할 수 있도록 고안된 항암제다. 부작용이 적고 혈액암 등 일부 암에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고형암에 잘 듣지 않는다는 연구도 많다.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쓴다. 암이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 활동을 차단해 암을 사멸시키는 대사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쓴다. 암이 에너지를 만드는 대사 활동을 차단해 암을 사멸시키는 대사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대사항암제는 암세포의 대사(생존, 성장을 위한 영양 섭취→에너지 생산의 화학적 반응)를 차단, 암세포가 에너지 공급을 받지 못하도록 해 굶겨 죽이는 항암제다. 대사항암제의 작용을 알기 위해서는 암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무한 증식하는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그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100배 많은 ATP를 만든다.  또 암세포는 유산소 대사보다는 무산소 대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젖산을 배출한다. 암의 종류와 관계없이 대사 활동은 비슷하기 때문에 대사항암제는 대부분의 암에 적용할 수 있고,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대사항암제를 국내외 제약사, 바이오벤처 회사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실제 치료에 도입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는 대사항암제는 스타베닙, KAT, OMT-110, OKN-007 등이 있다. 하임바이오가 개발 중인 스타베닙은 서로 다른 표적에 작용하는 NYH817G와 NYH100P라는 2가지 물질을 병용투여하는 항암제다. 암세포의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억제, ATP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하임바이오에 따르면 전임상에서 12개 암종에 효과를 검증했으며,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KAT는 뉴지랩파마가 미국 FDA에서 간암 대상으로 2A+1상 임상 승인을 받아 주목받은 대사항암제다. KAT는 3BP(3-브로모피루브산)라는 암세포 사멸 화학물질을 개선한 것이다. 암세포에는 HK2(헥소키나아제2)라는 효소가 존재한다. 이 효소는 미토콘드리아의 VDAC에 달라 붙어 세포 사멸 작용을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암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젖산 유사체인 3BP는 암세포에 파고 들어 암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방해하고, VDAC의 기능을 회복시켜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 KAT는 이런 작용을 하는 3BP는 독성을 완화해 인체에 무해하도록 만든 대사항암제다. 뉴지랩 관계자에 따르면 “KAT가 암세포를 사멸하는 과정이 빠르기 때문에 암세포가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OMT-110(언코메트플러스)은 암세포의 대사 체계를 정상세포의 대사체계로 바꿈으로써 암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는 항암제다. 가천대길병원 대장항문외과 백정흠 교수팀이 지난해 전이성 대장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에서 항암효과가 입증됐으며, 현재 임상2a상을 진행하고 있다.

OKN-007(지트리비앤트)은 HIF-1α(저산소증 유발인자) 저해 항암제다. 암은 증식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저산소증 상태에 쉽게 빠지는데, 암세포는 빠르게 이른 환경에 적응한다. 이 때 작용하는 것이 HIF 단백질복합체다. OKN-007은 이 단백질이 기능하지 못하도록 해 암세포가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드는 약이다.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 대상 임상2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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