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포토] 장마 사이, 햇살과 바람과 푸르름 나부끼다
장마가 기승을 부리는 중복 언저리의 주말,
잠깐 비가 그치고 두꺼운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과 투명한 서울이 드러났네요.
시원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고,
마셔두면 좋을 듯한 공기가 코를 간질입니다.
서울 도심의 상징같던 곳, 북악스카이웨이, 그 정점의 팔각정엔
상쾌함이 넘쳐났습니다.
우중충하고 지루하던 날들이 말끔히 씻겨나간 듯, 말입니다.
늘 희뿌옇게만 보이던 서울 남쪽은 투명하기 그지없게,
동쪽으로 롯데타워도, 서쪽으로 남산 서울타워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가까운 서울 도심은 말할 것도 없고, 멀리 병풍 같은 서울 남쪽 산들도 또렷해요.
세상의 모든 시름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그 속에도 아주 가끔은 이렇게 상쾌한 싱그러움이 소심한 기쁨을 줍니다.
북악에서 보는 북한산은 늘 믿음직합니다.
그 우람함이 우리를 수호하고 있는 듯한 든든함을 주죠.
그 푸르름이 늘, 언제나 들어와 쉬라는 듯 푸근함을 선사합니다.
산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북한산은 서울의 축복입니다.
그리고, 이곳 북악 팔각정에 오르면,
늘 우리를 맞이하는 또하나의 상징이 있습니다.
휘날리는 태극기입니다.
저는 뛰어오르고, 어떤 이들은 자전거로 오르고, 많은 사람들이 차로 오르는,
이곳 서울의 쉼터 북악 팔각정에는 태극기가 펄럭입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아는 그는.
유치환 시 <깃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