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치료 안하면 치매 위험 증가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 이용해 치매와 대상포진 연관성 밝혀
면역력 떨어진 암환자, 노인 등 대상포진 치료 제 때 받아야
대상포진 치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배성만, 의학통계학과 윤성철,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로 2002~2013년 대상포진을 진단받은 50세 이상 환자 3만4505명을 분석해 치매와 대상포진과의 발병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환자 84%와 치료를 받지 않은 16%의 10년간 치매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을 치료하지 않은 집단에서 치매가 발생한 비율이 치료를 받은 집단보다 1.3배나 높았다. 또한 대상포진을 앓았어도 항바이러스제로 치료를 받은 집단에서는 치매에 걸릴 위험이 4분의 1 가량 감소했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수두를 앓은 뒤 신체에 남은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 주변으로 퍼지면서 발생한다. 특히 암 환자들이 대상포진에 잘 걸린다는 해외 연구가 있다. 수포와 통증이 느껴지면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성질이 체내 염증과 면역체계 이상을 유발하면서 치매 발병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할 때 인슐린분해효소(IDE)를 수용체로 이용하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연구팀은 "대상포진에 걸렸을 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을 60% 가까이 줄일 수 있으므로 면역력 저하가 우려되는 50세 이상 성인은 미리 백신을 맞고 충분한 영양 섭취와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 정신의학·임상 신경과학'(European Archives of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