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달리기 6] 마라톤을 뛰고 난 뒤 피에 젖어봤나요?

'면역력 해결사' 달리기 (24) 장거리 달리기와 피부 손상

2020-07-02     최윤호 기자

마라톤을 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짜릿한 위험이긴 하지만 위험하긴 위험하다. 그래서 좀 알고 뛰어야 한다. 모르면 더 위험해진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을 즐기며 뛰지만, 더 고통스러워지는 것이 사실이니, 가능하면 하나라도 알고 뛰면 좋겠다. 

십수년전, 처음 마라톤을 뛴 경험담 먼저 시작해보자. 마라톤을 뛸 준비도 훈련도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마라톤을 하는 선배가 갑자기 며칠 뒤 대회에 못 뛴다고, 대신 나가라면서 배번과 셔츠 등 준비물을 주셨다. 좀 당혹스러웠으나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설마 뭔 일이야 있겠어~ 완주야 못하겠어~ 이런 마음이었다. 

서울 시청 앞에서 한강변까지 간 뒤 한강변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 뚝섬으로 골인하는 42.195km를 뛰는 대회였다. 푸르른 가을날, 열심히 뛰었다. 가슴 설레는 출발, 미친 듯 마구 달렸다. 20km쯤 갔을까. 옆에서 한 여성주자가 말을 걸었다. 

"처음 뛰나봐요. 잘 뛰네요." "어, 어떻게 알았죠." "신발을 보니 알겠네요. 가죽운동화. 발 다칠텐데." "다른 신을 신어야 하나요?" "가죽 말고 천으로 된 통풍되는 신 신어야죠." "혹시, 목표기록은 어느 정도?" "이 속도로 가면 3시간 15분쯤 될 듯해요." "우와, 진짜 빠르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기자는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그 주자는 앞으로 휘리릭 사라졌다. 

어찌어찌 발을 질질 끌며 고통 속에서 끝까지 달려, 3시간 48분 몇초에 골인했다. 그런데 가슴이 셔츠에 쓸려 피가 나는 바람에 셔츠가 뻘겋게 되어 있었고, 발바닥은 다 까졌고, 발톱은 시커멓게 다 죽어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발톱 3개가 빠졌다. 

마라톤은 이렇게 살벌한 극한체육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지난해 '2019 동아마라톤'에 참가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골인하는 기자. 집에서 한시간 남짓 달리는 것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온힘을 다해 3시간 이상을 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약간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피부쓸림= 젖꼭지, 겨드랑이, 허벅지

1시간쯤 달릴 때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3시간을 넘게 뛰다보면 온몸은 땀에 젖고, 달라붙는 모든 것은 흉기처럼 느껴진다. 피부끼리 붙으면 피부가 흉기이고, 옷과 맞닿으면 옷이 흉기다. 살과 살, 피부와 의복이 쓸리면서 땀에 젖은 피부가 벗겨지고 상처를 입게 된다. 발갛게 달아오르고 통증을 느끼는 게 시작이지만, 옷감이 거칠거나 신발에 거친 부분이 달려있다면, 아예 상처가 깊어지면서 피가 날 수도 있다. 

▷▷부드러운 셔츠를 입어야 하고, 셔츠나 팬츠와 밀착되는 부위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부드러운 밴드를 붙이거나, 바셀린 같은 윤활제를 발라 마찰을 줄여야 한다. 젖꼭지, 허벅지 안쪽, 사타구니, 겨드랑이의 마찰 부분을 감지해 보고, 대회시작 직전 그 부위에 바셀린을 발라 주자. 

 

▶물집= 발가락, 발바닥, 신발, 양말

풀코스 대회에 나갈만큼 달리기 준비를 했다면, 기본체력은 되어있다고 전제하고, 대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신체 부분은 역시 발이다. 발바닥이 까지기도 하고, 물집도 잡힌다. 발가락 압박감으로 발톱이 피부를 찢기도 하고, 발톱이 빠지기도 한다. 특히 대회를 준비한다고 새로 산 신발과 양말을 신고 뛴다면 큰 일이다. 새 신과 양말은 반드시 몇 차례 시험적으로 뛰어봐야 한다. 길도 들여야 하고, 자기 발과 특별한 마찰 요소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집에서 짧게 뛸 때 느껴지는 아주 작은 마찰요소는 마라톤을 뛸 땐 엄청난 고통요소가 될 수도 있다. 

▷▷부드러운 양말을 신되 신과 잘 밀착되어야 한다. 몇번은 신어 어느 정도 닳고 안정화된 것이 좋다. 신발은 통풍이 잘되는 천 재질의 운동화. 쿠션이 너무 좋으면 발목을 다칠 수도 있고, 무겁기도 하다. 적절한 수준에서 선택하자. 평소 물집이 잘 생기는 사람은 그 부위에 바셀린을 발라주고, 복숭아뼈 같은 부분엔 스펀지 등 패드를 대고, 발가락 양말을 신는 것도 방법이다. 소소하지만 알뜰한 지식이 안전한 마라톤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