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투병 유상철, 인천 구단 감독 복귀는 절대 안된다

홍헌표의 '암전암후'

2020-06-29     홍헌표 기자

췌장암 투병 중인 프로축구단 인천의 유상철 명예감독(49)의 감독 복귀가 이슈로 떠올랐다. 인천이 프로축구 K리그1에서 7연패(連敗)에 빠지자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이후 나타난 움직임이다.

하지만 유상철 감독 복귀는 절대 안 된다. 본인이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말려야 한다. 유상철 명예 감독을 아끼는 마음은 구단도 팬도 똑같겠지만, 이 시점에서 유 감독의 복귀는 기름을 지고 풀섶으로 뛰어드는 것과 똑같다.

유 감독은 췌장암과 싸우고 있다.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어도 스트레스가 엄청난 프로구단 감독을 맡기 힘든데, 췌장암으로 13차례 항암치료를 받은 암환자에게 그 자리를 맡긴다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프로축구단 인천 감독시절의 유상철 명예감독 모습./프로축구연맹 자료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완치율이 가장 낮다. 전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암환자가 아닌 사람과 비교한 5년 생존율)이 70.4%인데,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2.2%다. 췌장암은 CT 검사에서도 진단이 잘 안된다. 그 때문에 췌장암은 발견되면 3기 이후인데다, 항암 치료도 잘 안 듣는 편이어서 완치가 어렵다.

더구나 유 명예 감독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몸상태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료진은 항암치료 결과가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항암 치료를 13차례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몸 상태는 ‘매우 나쁨’이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은 셀 수 없이 많다. 구토, 소화불량 등 위장 같은 소화기계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체력이 떨어지고 통증에 시달리며 불면증 등으로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힘들 수 있다. 그런데 프로 스포츠단의 감독을 맡긴다고?

물론 유 명예감독의 마음은 다를 것이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필드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는 것이 심적으로는 편안할 수 있다. 승부의 현장에 몰입하다보면 암 치료의 고통을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뿐이다. 몸 상태는 급격이 나빠질 것이다.

구단에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배려해준다고 해도 감독 자리는 그럴 수 없지 않은가. 최근 프로야구팀 SK의 염경엽 감독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심신 쇠약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들지만 유 명예감독이 지휘봉을 맡으면 그보다 더 나쁜 일이 안 생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축구는 유상철 명예감독의 삶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죽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축구를 하다가 죽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 소망이라면 꼭 감독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단과 팬들은 그 방법을 찾아봐주길 바란다. 2002월드컵 폴란드전에서 그의 짜릿한 골에 만세를 불렀던 기자가 똑같이 암을 경험한 입장에서 쓰는 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