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암 수술 후 이상한 소리를 해요"…섬망, 아시나요?
"엄마가 암 수술을 받고 나서 이상해요. 치매처럼 헛소리를 하고, 뭔가 정신도 몽롱해보입니다 치매...일까요? 왜 그러시는거죠? 정말 걱정되고 무섭습니다."
암 환자 커뮤니티에는 암 수술을 받은 가족 혹은 지인이 정신적으로 이상한 거 같다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헛소리를 하거나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여서 치매 여부를 묻는 경우가 많다.
◇암 수술 받은 노년층 20%가 섬망 경험
암 수술을 받은 후 착각, 망상, 기억력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섬망(譫妄)'일 수 있다. 섬망은 일시적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져 시간·장소·사람 등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듣는 증상이다. 대부분 암 수술 등을 위해 전신 마취를 했던 노년층에게서 발생한다. 연구에 따르면, 섬망은 큰 수술을 받은 65세 이상 노년층의 20% 정도가 경험한다.
대개 몇 시간 혹은 며칠 사이에 갑자기 시작되는 양상을 보인다. 착각이나 망상 같은 증상 뿐만 아니라, 밤낮이 바뀌어서 낮에는 잠만 자고 밤에는 활동을 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일부는 주삿바늘 또는 배액관을 뽑거나,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오기도 한다.
◇헛소리·환시·기억 장애·성격변화 등 증상 다양
섬망이 발생하는 이유는 몸이 쇠약한 상태에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중추신경계 일부가 일시적인 문제를 일으켜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섬망 환자와 정상인의 뇌를 비교했더니, 섬망 환자는 서로 다른 뇌 부위를 연결하는 두 곳의 기능이 저하됐다. 뇌의 상호 작용이 안되다 보니 착각이나 환시, 기억력 장애 등이 나타나는 것. 섬망 증상은 대부분 1~2주가 지나면 사라진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고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치매와는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그런데 최근 섬망 증상이 있었던 노년층은 치매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보라매병원 이승준 교수팀은 고관절 수술 후 섬망 증세에 따른 치매 발생 위험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수술 후 섬망 증세가 나타날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9배로 증가했다.
◇수술 전 불안 요인 제거해주는 게 도움
따라서 전문가들은 노년층이 큰 수술(암, 고관절 등) 후에 섬망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가족이나 간병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술 전 당사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세밀한 간호, 가족 면회 등을 통해 불안 요인을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