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중 많이 하는 질문 (1) 손발저림 어떻게 해결하나요?
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대표적 증상 중 하나가 손발저림이다. “손발이 찌릿하고 시리다”, “찬 것만 닿아도 전기가 오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항암치료 중 손발저림은 항암제 부작용 중 하나다. 항암제가 암세포뿐 아니라 우리 몸의 말초신경을 손상시켜서 생기는 증상이다. 의학 용어는 ‘항암유발 말초신경병증’(CIPN·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이다.
항암제로 인한 신경 손상으로 생기는 CIPN…옥살리플라틴 부작용 특히 심해
플라티넘계(옥살리플라틴·시스플라틴·카보플라틴), 탁산계(파클리탁셀·도세탁셀), 보르테조밉, 빈크리스틴 등 일부 항암제는 말초신경의 축삭(axon)을 직접 손상시키는 독성이 있다.
항암제가 누적될수록 신경 손상도 증가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후반부로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가 늘어난다.
특히 대장암 치료에 흔히 쓰이는 옥살리플라틴은 ‘찬 자극 과민반응(cold allodynia)’을 유발한다. 찬 물, 찬 공기, 냉장고 손잡이 같은 자극만으로도 심한 통증이나 손시림이 발생한다. 이는 옥살리플라틴이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떨어뜨리면서 감각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는 데서 비롯된다.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감각이 둔해지고, 젓가락질·글씨 쓰기·걷기 등 작은 동작도 어려워지며 균형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수개월간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근거 기반 해결책…가장 효과적인 약물은 듈록세틴
CIPN을 완전히 없애는 즉각적인 치료제는 없지만, 국제종양학회(ASCO)와 NCCN 가이드라인은 증상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1차 약물로 듈록세틴(duloxetine)을 권고하고 있다. 신경병증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가장 확실히 입증된 약물이다. 비타민 B6, B12는 신경 재생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임상 현장에서 보조적으로 활용된다.
생활 속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손발을 따뜻하게 유지하면 찬 자극으로 악화되는 통증을 줄일 수 있고 20~30분의 가벼운 걷기 운동은 혈류를 개선해 신경 재생을 돕는다.
안마·마사지·스트레칭도 완화 효과가 있다. 알코올은 신경 손상을 악화시키므로 절제가 권고된다. 보행 불안정이나 손의 미세 움직임 저하가 나타난 환자에게는 물리치료·전기자극치료(TENS), 균형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해 일상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항암제 용량을 줄이거나 투여 간격을 늘리는 방법도 고려된다. 말초신경병증은 누적 용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악화되기 전에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대부분 치료 후 서서히 회복…일부는 장기화되기도
항암치료가 끝나면 많은 환자에서 수개월~1년 사이에 서서히 호전된다. 특히 옥살리플라틴 부작용은 빨리 사라지는 편이다. 탁산계·보르테조밉 사용 환자 중 약 20~30%는 신경 증상이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말초신경병증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치료 지속 여부, 환자의 삶의 질, 나아가 생존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부작용이다. 증상을 느끼는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병행되면 대부분의 환자가 일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