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날들’ 정인선 간 이식 고민…간 이식, 해주면 위험할까
■ 간이식 A to Z
KBS2 주말드라마 ‘화려한 날들’에서 지은오(정인선)가 쌍둥이 오빠에게 간을 이식해주기로 한 뒤 고민에 빠졌다. 실제로 간이식은 어떤 환자가 받게 되며, 간이식을 해주는 사람은 후유증이 없는지, 간이식 절차는 어떤건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간이식은 간 기능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나빠졌을 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나 다름없다. 간이식은 매우 정교해야 하는 고위험·고난도의 수술이다.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상태는 ‘간 기능 회복이 불가능한 단계’일 때다. 대표적인 경우로 △말기 간경변 △급성 간부전(독성 간염, 약물성 간 손상 포함) △간세포암(간암) 중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선천성 대사질환 △문맥고혈압 합병증이 심각한 경우 등이 있다.
특히 간경변 말기에 황달, 복수, 간성혼수, 반복되는 출혈, 신부전 등이 동반되면 약물·시술로 간 기능을 회복하기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간이식이 필수적이다. 간암 은 절제 수술이나 고주파열 치료 등 표준 치료법을 쓸 수 있지만, 간 기능이 나쁘고 종양이 많지 않은 경우에는 간이식이 완치 전략으로 채택되기도 한다.
위와 같은 환자에게 간이식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간은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염증과 섬유화, 종양 확대로 기능이 거의 소실되면 재생 능력이 사라진다. 이때 환자의 몸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간이 필요하다. 환자의 조건, 질병의 진행 속도, 장기 손상 정도에 따라 이식이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 치료가 된다.
‘화려한 날들’ 내용처럼 생체 간이식(가족 등 살아있는 공여자)을 하려면 엄격한 조건이 있다. 간을 주는 공여자는 건강해야 하고, 기저 질환이 없어야 하며, 간 크기·혈관 구조·담도 구조가 안전해야 한다. 공여자의 간을 주고 남기는 잔여 간이 최소한 원래 크기의 30% 이상이 되어야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혈액형이 안 맞아도 간이식을 해주는 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면역억제 치료 등이 극도로 까다로워 위험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간이식은 과학적·의학적 검증을 통과해야만 가능한 의료 절차다.
환자가 간이식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질환이 자동으로 완치되는 건 아니다. 간경변이나 간 기능 부전은 이식을 통해 새로운 간을 얻으면 사실상 기능적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B형·C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환자는 이식 후에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
간암은 이식 전 종양 크기와 개수 기준을 충족해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이미 전이가 있거나 기준을 벗어나면 재발률이 크게 올라 이식 자체가 허가되지 않는다. 즉, 간이식은 간 기능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모든 기저 질환의 뿌리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간을 떼어줘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생체 간이식을 다룰 때 가장 많은 이들이 갖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간을 주는 공여자는 대체로 며칠~수주 내에 회복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간은 스스로 재생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간이 기능을 회복해 나간다. 하지만 수술은 6~8시간 이상 진행되는 고위험 수술이며, 공여자에게도 △담즙 누출 △출혈 △혈전 △간 기능 저하 △일시적 피로감 △수술 흉터와 복부 불편감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사망률은 매우 낮지만(약 0.1% 수준) 의료진은 공여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수술을 진행하지 않는다.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회복하는 데 △중환자실 3~5일 △입원 약 2~3주 △전체 회복 3~6개월 정도가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고, 감염·거부반응·신장 기능 저하 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